[대전=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요즘 투수들은 야수가 실책을 하면 막지 못하고 무너지더라."
김성근(73) 한화 감독이 바라본 프로야구 투수들의 현주소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대전 NC전에 앞서 "투수는 야수가 있어야 (마운드에) 설 수 있는데 이런 의식이 없더라. 본인밖에 생각을 안 한다.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못 치면) 0-0 아닌가. 못 이긴다"고 말했다. 이어 "야수를 생각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에서 성장의 속도가 갈린다"면서 "에이스라면 야수가 실책을 해도 무조건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의 발언은 전날 안영명의 모습과 궤를 같이 한다. 3일 NC전에 선발 등판한 안영명은 1회에 2점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이후 3이닝 동안 실점하지 않았다. 그러나 5회 무사 1루에서 용덕한의 3루수 땅볼 때 3루수 주현상의 송구를 2루수 정근우가 잡지 못해 단숨에 1ㆍ2루 위기에 몰렸다.
병살로 연결할 타구에 야수의 실책이 나오자 안영명은 급격히 흔들렸다. 박민우와 김종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4-3 추격을 허용했고 무사 만루 위기가 계속됐다. 안영명은 결국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했다. 김성근 감독은 "안영명의 리듬이 깨져 바꿨다"고 설명했다.
선발 투수가 야수 실책 후 흔들린 사례는 4일 사직 롯데-SK전에서도 나왔다. SK 선발 윤희상은 2-4로 뒤진 6회 1사 2루에서 안중열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했다. 그러나 포수 정상호는 쉽게 잡을 수 있는 뜬 공을 놓쳤다. 윤희상은 정상호의 실책 후 곧바로 좌전 적시타를 허용, 추가점을 내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성근 감독은 또한 선수들에게 다른 하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현실 속에서만 살려고 하니까 자꾸 약해진다"면서 "옛날에는 한 시즌 300이닝을 던져도 끄떡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200이닝을 던진 투수도 얼마 없다. 투구 수 100개를 넘어도 난리인데. 조직은 강해졌을지 몰라도 개인은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이광길 NC 작전주루 코치의 태평양 시절을 언급하며 "상대 스파이크에 손이 찍혀 크게 다쳤는데도 전 경기를 다 뛰었다"고 강한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사진=김성근 한화 감독.
대전=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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