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같은 팀 선수라서 다행이네요. 투수 입장에서는 이건 고소 해야죠."
NC 투수 이태양(22)이 동료 내야수 박민우(22)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박민우는 지난 2일 마산 롯데전에서 기가 막힌 2루 도루를 했다. 1-1로 맞선 8회 선두 타자로 나가 2루수 내야 안타를 쳐 1루에 안착했다. 2번 김종호 타석 때 상대 왼손 투수 강영식은 1루에 견제를 했다. 공을 다시 받은 강영식은 등을 돌려 허리를 숙여 로진을 만졌다.
이 때 살금살금 2루 쪽을 향해 나아가던 박민우는 갑자기 전력 질주를 했다. 뒤늦게 강영식은 2루에 공을 던졌지만 이미 늦었다. 박민우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됐고 허를 찔린 강연식은 허탈해했다. NC는 박민우의 기습 도루를 발판 삼아 3-2 승리를 거뒀다.
김경문 NC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연패를 끊고 넘어와 다행"이라며 "박민우가 도루로 상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런 도루가 3개 정도는 있었다. 끌면서 달리는 스타일이라 안 빨라 보이는데 엄청 빠르다"고 박민우를 칭찬했다.
박민우의 기습 도루는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됐다. 박민우는 "2년 전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투수가 틈을 보일 때 뛰는 타이밍이 나오나 안 나오나 연습해봤다"며 "경험해 보니 70~80%는 성공하더라. 이후부터 상대 투수 습성을 파악하고 기회가 있으면 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상대 투수와 수비 심리까지 이용할 줄 알았다. 박민우는 "평소 내가 실책을 할 때 급할수록 많은 실수가 나왔다"면서 "투수도 당황하면 송구가 정확하게 안 가거나 공을 받는 수비도 흘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영식은 당황한 나머지 송구가 약간 왼쪽으로 향하면서 박민우를 태그하는 데까지 시간이 약간 지체됐다.
지난해 신인왕 출신 박민우는 올 시즌 벌써 30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출루율 또한 0.429로 높은 편이라 박민우가 출루하면 상대 배터리는 머리가 아플 정도다. 이제 풀타임 2년차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플레이 하나 하나가 인상적이다. 김 감독은 "지금 (박)민우 정도면 대학을 졸업할 나이 아닌가"라며 "충분히 잘하고 있다. 올해 마치면 골든글러브를 노릴 수 있도록 더 채찍질을 해야겠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NC 박민우.
대전=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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