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ㆍ오해에 시달리며 상처
"학교도 친구도 싫다" 외톨이로
이대로 어른 되면 사회 불안 우려
중학교 3학년 김모(15)양은 평소 뽀얗게 화장을 하고 다닌다. “원래 피부가 예쁘다”는 말에도 아랑곳 않는다. 가무잡잡한 피부, 우뚝한 콧날, 깊은 눈매…. 김양의 이국적인 외모는 한국인 엄마가 아닌 방글라데시 출신 아빠(46)를 빼 닮았다. 어딜 가도 눈에 띈다.
“나는 왜 다를까.” 김양은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나 “피부색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사람들을 못 만나겠다. 나를 안 좋게 생각할까 봐”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신기하다면서 수업시간에 일으켜 세워 “외국 말을 해보라”는 선생님도 있었다. 김양은 “애들 앞에서 주목 받는 게 싫다”고 했다. 국적도, 입맛도, 취향도 영락없는 한국인 여중생이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김양을 ‘방글라데시’라고 부른다.
중학생이 되면서 김양의 긴 방황이 시작됐다. 1학년 때 반 친구가 싫어하는지 모르고 빵을 몇 차례 얻어먹은 일, 체육복을 빌렸다가 제때 돌려주지 않은 일 등으로 학교폭력 당사자가 돼 봉사활동 등 징계를 받았다. 김양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또 마찰을 빚은 같은 학생의 주장으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돼 다시 징계를 받았다. 그 즈음 자주 학교를 빠지기 시작했다. 김양은 오해와 편견이 뒤섞인 상황과 학폭위 회부 자체가 억울하고 부끄러웠다. 김양은 당시 학폭위에 낸 글에서 “작은 잘못도 일반 아이들이 하면 장난이고, 제가 하면 학교 폭력이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썼다. 김양 가족을 지원하는 경기글로벌센터 송인선 대표는 “학교가 일찌감치 가해, 피해를 교통정리 해버리고 김양 말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더 이상 이런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위탁형 다문화 대안학교에 갔다가 올해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출석일수를 채워 졸업장이라도 받게 일주일에 이틀 학교에 나와 상담 받는 정도다. 사실상 학교 역시 김양을 포기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 교사가 김양의 친한 친구에게 “김양을 버리고 공부에 집중해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큰 상처를 받아 가출도 했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학업중단 사유는 첫째가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다.
김양 가정의 명목상 가장은 언니(18)다. 언니는 부적응과 경제적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올 4월 검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대학 갈 형편이 못 된다. 1990년대 초 관광비자로 들어와 불법체류 노동을 했던 아빠는 한국말이 유창하지만 문맹이라 국적 취득을 못했다. 7년 전 이혼해 홀로 3남매를 키웠다. 기초생활수급자라 얼마간의 국고지원금과 고물 수집해 번 돈으로 생계를 잇는다. 안팎이 어두운 김양에게는 꿈을 가질 여력이 없다.
안전행자부에 따르면 전국의 다문화가족 자녀는 20만4,000여명.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13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3만3,000여명이다. 이들 상당수는 빈곤과 가정붕괴의 환경 속에 학교에서도 겉돌고 있다. 송 대표는 “이 아이들을 그대로 놔두면 성인이 됐을 때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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