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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메르스 대응 풍자 '무도' 제재와 '창조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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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메르스 대응 풍자 '무도' 제재와 '창조징계'

입력
2015.07.0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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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메르스 대응과 예방법을 풍자해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징계(의견제시)를 받은 MBC '무한도전' . 방송캡쳐
정부 메르스 대응과 예방법을 풍자해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징계(의견제시)를 받은 MBC '무한도전' . 방송캡쳐

‘창조징계 대단’(jihw****).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KBS2 ‘개그콘서트’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책 풍자로 방송 심의에서 제재를 받은 소식을 다룬 기사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지나친 냉소가 아니다. 방송 내용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징계 이유를 비교하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4일 방송된 ‘민상토론’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실명과 사진 등을 노출하면서 다소 지나치게 비방하는 내용’이라고 문제 삼았는데, 다소 지나치다라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이 없다.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입장을 가진 시청자들의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시청자에 따라 불쾌감을 느낄 소지가 있다’는 이유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문 장관 당사자가 불쾌함을 표한 것도 아니고, 문 장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했다고 불쾌해하는 시청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건 되레 정치적 해석으로 비칠 오해의 소지만 제공한 꼴이다. PD연합회가 2일 성명을 내 “심의위원 개인의 막연한 ‘감’ 으로 징계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민상토론’이 다룬 문 장관 비판 수위가 정작 높은 것도 아니었다. 개그맨 박영진과 유민상은 문 장관이 마스크를 쓴 사진을 공개하며 “방역을 위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범 국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라고 풍자한 게 전부다. 이 내용은 문 장관이 메르스 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인해놓고 정작 공식일정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나와 구설에 올라, 이미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이었다. 새롭지도 도를 넘은 비판을 한 것도 아닌데 ‘지나치다’라고 본 것 자체가 지나치다. 이를 두고 ‘특정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고 본 것도 어불성설이 따로 없다. 문 장관은 공인이다.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보건복지부의 주요 업무인 메르스 대응이란 공익적인 이슈에 대해 공인을 풍자한 걸 두고 인격권 운운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2일 낸 심의결과 자료에서 “타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수준의 언급으로 특정 정치인에 편향되거나 사실을 오도하는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 “국가 권력 등 권위에 대한 과감한 비판과 조소를 본질적 속성으로 하는 풍자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 등을 언급해놓고, 굳이 징계 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아이러니다. 풍자로 공인에 대한 비판을 해야 하는 개그 프로그램에 오히려 재갈(Gag)을 물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징계 사유 중 하나인 ‘품위 유지’조항 위반 적용도 석연치 않다. ‘민상토론’에서 개그맨들이 옷을 벗어 웃긴 것도 아니다. 문 장관 사진에 낙서를 하거나 장난스런 이미지로 합성을 해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면서 웃음을 유발하지도 않았다. 이번 심의에서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런닝맨’은 출연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출연자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이를 마이크에 걸어 노출하는 모습을 내보내 품위유지 조항 위반 적용을 받았다. ‘민상토론’에서는 ‘런닝맨’에서와 같은 품위 유지 위반 내용이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경징계(의견 제시)이긴 하나 ‘낙타 염소 박쥐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는 메르스 예방법을 다룬 ‘무한도전’에 중동지역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객관성 위반’이란 의결을 내린 것도 지나친 건 마찬가지다. 이날 방송의 핵심은 “낙타를 어디서 봐”라는 정부의 허탈한 메르스 예방법 풍자였다. 방통심의위는 ‘무한도전’이 중동지역을 특정하지 않아 국내 염소농가 등에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유발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지역 언급을 빼 먹었다고 제재 결정을 내리면 예능 프로그램의 풍자의 범위는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방통심의위는 정부에 대한 비판에 언론이 자유로운 풍자를 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할 책임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방통심의위의 ‘개그콘서트’와 ‘무한도전’에 대한 제재를 정치권은 모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나치다”고 한 마음을 모은 모양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3일 논평을 내 “’무한도전’이 메르스 예방법으로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방영한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제재를 결정한 것은 어이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방영한 것이 문제라면 보건복지부부터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한도전'에서 염소를 접촉 금지 동물로 언급한 것은, 그 출처가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감염 예방 기본수칙이다"라며 "이번 염소 농가의 피해는,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예방 수칙의 문제점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염소가 메르스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혼란을 일으킨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보건복지부”라는 글을 남겨 비판의 화살을 보건당국으로 돌렸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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