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반환 기준 첫 판단
재건축을 위해 아파트가 철거됐다면 시설 수리용 적립금(장기수선충당금)은 종전 집주인이 아닌 철거 당시 소유권을 가진 재건축조합의 몫이라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0부(부장 이진만)는 서울 서초동 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를 자처한 강모(85)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관리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조합에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비 예치금(공동주택 관리ㆍ운영을 위해 걷은 돈)과 예비비도 마찬가지로 철거 당시 아파트 소유자인 재건축조합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씨 등은 조합에 1억700여만원을 돌려주게 됐다.
2002년 재건축 인가가 떨어진 삼익아파트는 입주민이 모두 퇴거한 2011년 8월 철거되기 시작했다. 집주인들에게 소유권을 넘겨받은 재건축조합은 “아파트가 조합소유가 됐으니 충당금을 넘겨달라”고 했지만, 강씨 등은 “기존 입주자들에게 줘야 한다”며 거부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아파트 소유자가 충당금을 돌려받을 권리는 공동주택이 철거돼 그 목적이 사라지게 될 때”라며 철거 당시 소유자인 재건축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아파트 전유부분(각 집주인의 소유권이 있는 공간)이 장기간에 걸쳐 이전되는 아파트 특성상 충당금을 실제로 냈던 소유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환급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도 고려됐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의 노후로 생기는 난방, 승강기 등 설비와 시설의 수리비를 위해 입주자들이 매년 적립한 돈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징수ㆍ관리한다. ▦300세대 이상 ▦승강기 보유 ▦중앙집중 난방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공동주택은 주택법에 따라 충당금 적립이 강제돼 있다.
1심은 “아파트 관리규약에 매매나 재건축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고, 재건축조합에 이를 승계하기로 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도 없었다”며 조합의 충당금 반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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