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잔류가스에 용접 불꽃 튄 듯… 20cm 두께 콘크리트 지붕 날아가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3일 오전 9시 16분께 울산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협력업체 직원 이모(49)씨 등 6명이 숨지고 경비원 최모(52)씨가 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모두 협력업체 직원으로 이날 오전 폐수조 펌프 용량을 늘리기 위해 파이프를 새로 설치하는 작업 중이었다. 사고가 난 폐수조는 2공장 PVC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모아 처리하는 시설로, 내부에는 메탄가스 등이 발생한다. 소방당국은 인부들이 폐수조 상부 콘크리트 지붕에서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 용접 불씨가 폐수조 내 잔류가스에 튀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집채만 한 저장조가 폭격을 맞은 듯 부서진 채 내려앉아 있었다. 사고 당시 20㎝ 두께의 콘크리트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폭발력이 강했다. 저장조와 30m 떨어진 공장 펜스 너머까지 어른 팔뚝만한 파편이 흩어져 있어 당시 폭발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폭발로 저장조 상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들의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케미칼 안전 담당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아침에 현장 주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자들이 장구를 갖췄는지 등을 확인한 뒤 8시 10분께 안전허가서를 발행했다”면서 “다만 콘크리트로 밀폐된 저장조 내부 가스는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용접 작업이 저장조 외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내부는 별도로 측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작업 도중 내부 가스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로로 흘러나와 용접 불티와 만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러나 가스검지기를 이용한 측정이 실제 이뤄졌는지, 농도가 어느 정도로 측정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저장조 증설공사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와 울산 2공장 전체에 대한 종합 진단명령을 내렸다. 종합 진단명령은 안전 보건 관리 3가지 부분에서 전문기관의 진단을 받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날 오후 공식입장을 통해 김승연 회장이 사고 희생자에 대해 한화 임직원들의 사고에 준하는 최대한의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고, 공장 가동 정지를 포함해 안전과 관련된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은 공업재료, 포장용 필름, 완구류 등의 소재가 되는 PVC(폴리염화비닐)의 원료를 생산한다. 직원 260여 명이 연산 32만7,000톤 규모의 PVC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울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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