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집수조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현장에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숨졌다. 폐수처리장 시설 확충을 위해 펌프 용량을 늘리는 작업 도중, 용접 불티가 튀어 저장조에서 새어 나온 메탄가스나 바이오가스로 추정되는 잔류가스와 접촉, 폭발한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 파악된 개략적인 사고 원인이다. 합성수지(PVC) 생산으로 인화성 잔류가스가 자주 발생하는 공장에서 더더욱 세심하게 다뤄져야 할 용접작업이 소홀했으니,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인 안전불감증이 재현된 인재임에 틀림없다.
이런 원시적 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배경에는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 넘긴 채 안전관리에는 남몰라라 하는 대기업의 잇속 챙기기가 숨어 있다. 대기업의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도, 수주에 목 매는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위험을 안은 채 작업 현장에 나서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작업 현장에서 되풀이 되는 안전 소홀에 따른 사고 희생은 대부분 하청업체의 몫이다. 2013년 3월 발생한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화학공장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17명중 15명이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당시 사고 역시 용접 불티가 저장고 내 잔류가스에 튀어 일어났다. 1995년 2월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 사고로 19명의 하청업체 직원이 숨졌을 당시 거론된 원인과 문제점이 20년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와의 재계약 취소 등을 우려, 산재를 은폐하기까지 한다.
기업이 수익을 앞세우는 것을 탓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지켜야 할 상도(商道)는 있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게 떠넘긴 이상 인부들의 안전까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재계는 지난 3월 유해 및 위험작업에 한해 도급을 금지하는 입법안을 비용 증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로 반발, 법안 자체를 백지화했다.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이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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