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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소통을 위해서라면…" 새정치 팟캐스트 실험

입력
2015.07.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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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진성준, 진선미, 김광진 초선 비례대표 3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의 녹음 현장. 박상준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성준, 진선미, 김광진 초선 비례대표 3명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의 녹음 현장. 박상준기자

팟캐스트(POD CAST). 정해진 형식이나 내용 없이 자유롭게 운영하는 ‘게릴라’ 성격의 방송입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팟캐스트는 기성 매체에서 다룰 수 없는 주제를 틀에 박히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젊은 층 사이에 큰 호응을 얻으며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고, 현재 국내에만 대략 7,000개 넘는 팟캐스트 방송이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차원의 공식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진성준, 진선미, 김광진 등 이름에 ‘진’이 들어가는 3명의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이 진행하는 ‘진짜가 나타났다’, 방송기자 경력 30년의 MBC 보도국장 출신 김성수 대변인과 허영일, 강희용 두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주간대변인회의’ 등 2개의 팟캐스트를 지난주 공식 런칭 했습니다.

그 동안 새정치연합은 당 지지자들로부터 소통의 부재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기존 매체들이 워낙 정부, 여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회 상황을 전달하다 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그 동안 이런 상황에 대한 한탄만 했지 직접 우리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고 팟캐스트는 그런 돌파구 찾기 차원의 시도”라고 전했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 밖으로 당과 의원들의 진솔한 얘기를 전달하고, 당 밖의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고민과 쓴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 보겠다는 시도인 셈입니다. 새누리당에 비해 20~40대 지지자가 많은 새정치연합이고 팟캐스트 역시 주 청취층이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활용한 여론 형성은 야당에게 적절한 시도라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특히 ‘진짜가 나타났다’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인기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진행자 이동형 작가와 함께 직접 진행자로 나서서 화제입니다. 정의당도 노회찬 전 의원, 유시민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운영 중이지만 이들은 모두 전직 의원들입니다. 국회의원하면 권위, 무게감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게스트나 패널이 아닌 진행자로 나서서 매주 팟캐스트 방송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것은 다소 파격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그런 파격은 2일 열린 팟캐스트 제작 발표회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진성준ㆍ김광진 의원은 연미복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고, 유일한 여성 진행자인 진선미 의원은 가수 이은미씨에게 빌린 검은 민소매 드레스에 하이힐 차림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들은 국회 본청 입구에서 본회의장 입구까지 깔린 레드카펫을 활용해 문재인 대표와 함께 영화 시상식 참석자들처럼 입장하는 퍼포먼스까지 하면서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진성준 의원은 “에어컨 좀 틀어달라, 너무 덥다.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자, 김광진 의원이 “저희가 겨울 옷을 빌렸다”고 했고, 진선미 의원은 “배에 너무 힘을 줘서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멋쩍어했습니다. 이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제작 발표회 때 ‘밋밋한 기념 티셔츠’를 입자고 했다가 이왕 할 거 제대로 망가지고 대신 이목을 집중시키자며 ‘시상식 복장’ 아이디어를 냈고, 보좌진들은 새벽부터 옷을 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날 2번째 공식 방송 녹음 현장에서 진성준 의원은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민머리 가발’을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김광진 의원은 청취자에게 ‘1일 가사도우미’로 일을 돕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청취자들의 새정치연합에 대해 따끔한 쓴소리를 담은 듣기 거북한 ‘악플’을 직접 읽고 여기에 대해 해명과 사과까지 하는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첫 시험 방송을 마친 주간대변인회의 팀은 아직 덜 망가져 고민입니다. 방송 앵커 출신 김성수 대변인은 “나는 아날로그 세대라 팟캐스트가 어색하다”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망가져야 하면 망가지고 적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영일 부대변인은 “첫 방송후 악플이 살벌하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망가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 녹음 현장에서 민머리 가발을 쓰고 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 녹음 현장에서 민머리 가발을 쓰고 있다.

물론 겉으로는 망가지는 것으로만 끝은 아닙니다. 이들은 속으로는 ‘주한 미군 탄저균 배달 사건’, 최저 임금 인상 이슈 등 각종 정치적 이슈, 현안을 소개하고 당의 입장과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활약상 등을 소개합니다. 또 당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나 보도 내용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도 시도하고, 당 공보실의 브리핑 뒷얘기, 어려운 법안에 대한 설명 등 다양한 코너도 마련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팟캐스트 시도는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방송의 청취 순위를 집계해 제공하는 팟빵에서 ‘진짜가 나타났다’는 방송 5일 만에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진짜가나타났다를 공동 진행 중인 이동형 작가는 “적어도 제가 알기로 첫 방에 1위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까지 90만명 이상이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 만큼 새정치연합과 소통을 하고자 하는 지지자들이 많았다는 것이고 그렇게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방송에) 반응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제작 발표회에서 “ ‘진진진’ 진짜 3인방이 맹활약하고 있는데 이 인기가 내년 총선을 넘어 대선 때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당 공식 팟캐스트를 시작하는 것도 당 혁신의 매우 중요한 실천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여의도의 두터운 장벽을 허무는 국민소통 정당, 네트워크 정당이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문 대표는 “사무총장을 통해 팟캐스트에 나가는 분들에게 특수활동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 드린다”고 했고, 이에 팟캐스트 기획에 참여한 문용식 디지털소통위원장이 문 대표에게 방송 출연을 요청하자 문 대표는 “1위를 계속하면 한번 고려해 보겠다”며 웃었습니다. 두 팟캐스트는 오디오버전과 비디오버전으로 매주 제작되며 팟빵, 아이튠즈,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됩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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