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전 B조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박정환 9단



장면 10 이번 장면이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다. 1이 반상 최대의 곳으로 이제는 흑의 우세가 확실해졌다. 다음에 참고1도 1로 껴붙이는 수가 있어서 백이 어딘가 한 수 더 둬서 지켜야 하는데 선택이 쉽지 않다. 참고2도 1은 2로 선수끝내기를 또 당하는 게 괴롭고, A로 호구 치자니 오른쪽 백 넉 점의 연결 상태가 불안하다.
게다가 박영훈은 이미 초읽기에 몰린 상태. 계시원의 초읽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2, 3을 교환해서 시간연장을 했지만 다시 초읽기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급하게 4로 상변을 젖혔다. 역시 시간연장을 위한 것으로 흑에게 A로 이어달라는 얘기다.
한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박정환이 멈칫 하더니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웬일인가 했는데 당시 바둑TV에서 이 바둑을 생중계 해설하더니 양건 9단이 “아, 지금 백이 둔 게 절대선수가 되는 건 아니군요. 어쩌면 박정환 9단이 손을 빼고 바로 좌변에 5로 껴붙일지도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박정환이 정말로 칼을 뽑았다. 백B면 흑C로 끊어서 결국 도에 백A가 더해진 것과 같은 형태가 되는데 그래도 역시 흑이 백 넉 점을 잡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백이 망했습니다. 바둑이 곧 끝날 것 같습니다.”(양건)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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