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ㆍ경북 등 소규모 택지지구
산업부-국토부 "경제성 저하"
배관 비용 중재 갈등에 입주 지연
택지개발지구의 도시가스 배관 설치 비용 분담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 간에 다툼이 일면서 적기에 배관을 설치하지 못해 서민들만 공기 및 입주 지연, 요금 인상 등 각종 피해를 보고 있다.
18일 정부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원래 택지개발지구의 도시가스 배관 설치비는 주택법에서 도시가스공급업체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택지개발지구 중 소규모거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곳은 가스 공급 업체들이 자비를 들여 배관 설치하기를 꺼리고 있다. 나중에 가스비로 거두는 수익보다 배관 설치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도시가스법에 투자비 미회수분 일부를 택지개발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시설분담금 규정을 만들어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스 공급 업체들은 택지개발업자가 비용을 분담해 줄 것을 원하지만 택지개발업자들은 강제 규정인 주택법을 고집해 분담금 부담을 피하려 한다.
양 부처에 따르면 현재 경북 영일중면지구, 충북 청주율량지구, 울산 중산택지, 강원 원주혁신도시개발지구, 대구 달성2차산업단지 등 전국 33개 지구가 가스 배관 설치 및 비용분담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택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이들 지구의 평균 배관 투자 비용이 51억원이 들고, 최대 200억원이 필요한 곳도 있는데 투자비 회수율은 평균 34%에 불과하다”며 “100억원을 들여 배관을 설치하면 34억원만 회수할 수 있는데 어느 업체가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이 2년 전부터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를 중재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양 부처가 서로 관련법을 고집하며 갈등을 빚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강행규정인 주택법 등 11개 관련 법령은 도시가스업자가 도시가스를 의무 설치하고 비용을 모두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도시가스사업법에서는 경제성이 없을 경우 설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24일 대법원이 “도시가스공급요청자에 택지개발사업자도 포함된다”고 판결한 내용을 바탕으로 부처간 간 갈등을 조만간 정리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비용 분담 대상인 가스공급요청자에 LH 등 택지개발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최종 판단해 그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판결문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세종=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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