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원' 목적 폐교 매입
방치하다 '고시원'으로 임대
또 다른 폐교 매입해 수련원 운영
신도청 조성으로 10배 이상 올라
경북 안동지역 한 전문대학 학교법인이 청소년수련원으로 활용하겠다며 폐교부지와 시설을 매입한 뒤 10년 이상 방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사이 인근 지역에 신도청이 들어서게 되면서 땅값이 매입가의 10배 이상 폭등, 사실상 대학이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안동지역 A대학과 안동교육지원청, 지역주민 등에 따르면 A대학 학교법인은 2001년 4월 풍천면 광덕리 옛 광덕초등학교 부지 9,800㎡와 교실 등 시설물을 청소년수련원으로 사용하겠다며 2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경북도교육청과 ‘계약일로부터 10년간 사용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매입목적대로 사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학교건물은 관리조차 않은 채 방치했다. 유리창이 깨지고 인근 청소년들이 술을 마시는 등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학교법인 측에 가로등 설치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마지못해 2009년 ‘하회황토교실’을 운영하겠다는 업자에게 임대했으나 3년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학교법인 측은 마을 주민들이 도농교류시설 건립 과정에서 도로개설 구간에 학교부지 일부가 필요하다며 기부를 요청했으나 거절하고 637㎡를 5,719만원을 받고 매각했다. 1㎡당 보상가는 8만9,780원. 매입가 2만3,469원의 3.8배 이상이나 된다. 이후 신도청조성이 본격화하면서 땅값은 폭등, 인근지역 지가는 1㎡당 30만원이 넘는다. 14년만에 12배가 넘는 평가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2009년 학교법인 측으로부터 폐교부지와 건물을 임차했던 업자는 운영이 여의치 않자 2012년 ㈜광덕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다시 임차한 뒤 고시원 영업을 했다. 학교법인 측이 갑자기 비워줄 것을 요청하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부용대연수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 연수원으로 운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임차인이 법인을 설립한 것은 학교법인이 개인에게 부지를 임대할 수 없게 된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청소년수련’시설로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했지만 경북도교육청은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아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부터 이 학교 부지를 청소년수련시설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옛 광덕초등을 매입하던 해 3월 예안면 구룡초등학교를 1억3,000만원에 매입해 지금까지 수련원으로 운영 중이다.
A대학 학교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학원 재산을 민간에 임대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교육부 지적에 따라 올해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연수원 등 매입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최초 임대차계약 당시 담당자가 없어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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