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ㆍ박사 동시 취득 지원했으나 44%가 진로 이탈해 개업의사로
지원금 회수 규정 없어 18억 공중에
정부의 의과학자 육성 지원사업의 수혜자 절반가량이 진로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면허증과 박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도록 지원해 의과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으나 결국 혈세를 투입해 돈 잘 버는 개업 의사들만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학자 육성 지원 사업현황’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2008년부터 작년까지 지원 대상자 142명에게 79억원의 국가예산이 지원됐다. 이명박 정부때 도입된 이 사업은 고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과대에 몰리는 현실을 감안, 관련 대학원생들을 지원해 성장 산업인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초의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였다. 의ㆍ치ㆍ한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최대 7년간의 등록금 전액과 교육연구지원비(연간 최대 5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한 의학전문대학원생의 경우 6년간 약 1억3,000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조 의원이 확인한 결과, 국가 지원을 받고 졸업한 61명 가운데 44.3%인 27명이 졸업 후 진로를 이탈했다. 지원 취지대로 기초의학 분야에 진출한 졸업생은 34명(55.7%)에 불과했다. 이탈자들은 의사 개업을 했거나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의 과정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 지원된 국고는 18억원에 달한다.
학교별로는 차의과대 졸업생 4명 중 3명이 진로를 이탈했고, 이들에게 투입된 국고는 3억2,300만원에 달한다. 전북대는 약 3억2,000만원을 지원받은 졸업생 4명 모두가 진로를 이탈했으며, 전남대는 졸업생 4명 중 3명이 약 2억2,000만원의 국고 지원을 받은 뒤 개업하거나 수련의 과정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문제는 세금으로 공부한 뒤 진로를 바꾼, 이른바 ‘먹튀’ 의사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장학사업들은 대부분 진로 이탈 시 지급한 장학금을 회수하거나 의무 근무기간을 두고 있으나, 이 사업은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 학위 취득에 실패한 경우에만 지원금을 회수하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의과학자 양성 필요성과 이에 대한 국고 투자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부 사업 운영 행태로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며 “진로를 이탈한 지원 대상자들에 대한 제재 규정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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