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버스사고, 숨진 부산시 공무원 유족ㆍ동료 ‘비통’
“이제 한숨 돌리고 쉬어가자 했는데…”
중국 버스 추락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이 사고로 숨진 부산시 공무원 김태홍(54ㆍ사진) 사무관의 유족과 동료들은 “믿기 어렵다”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사무관의 아내 A(50)씨는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엊그제(30일) 자정쯤 남편이 ‘중국에 잘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게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연신 눈물을 떨궜다. A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시누이의 채근에 못 이겨 늦은 아침을 먹고 있던 터였다. A씨는 숟가락을 들 힘도 없는 듯 했다.
A씨는 “어제 남편의 동료들이 집으로 찾아와서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며 “언론에도 사망자 소식이 전해졌으니까…, 그런데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해 7월 5급으로 승진해 올 초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에 참가, 최근 중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가족들은 앞으로 가족과 함께 할 여유가 더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바람이 뜻밖에 비보로 돌아왔다. 아내 A씨는 “남편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러 나갔다. 이제는 한숨 돌리고 쉬어가자고 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A씨와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갑작스런 비보에 놀란 것은 김 사무관의 동료들도 마찬가지. 지난 20년 간 부산시 건설본부와 자치행정과, 아시안게임 지원과 등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김모(55)씨는 “사는 곳도 5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좋은 술친구이자 말벗이었다”며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산시청 동료는 “매사에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을 했고 인간적으로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 1989년 4월 행정9급으로 동래구청에서 일을 시작한 뒤 지난해 7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청렴한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청백봉사상(2005)을 받을 정도로 평판이 좋았다. 행안부장관상(2011)과 대통령표창(2012)도 잇따라 수상했다. 슬하에는 고교생과 대학생인 두 딸을 뒀다.
한편 1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께 중국 지린성 지안에서 한국 공무원과 중국인 가이드 등 28명을 태운 버스가 다리 아래로 추락해 1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한국 공무원들은 승진자를 대상으로 한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의 중국 탐방 중 사고를 당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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