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분리불안 등 이상증세 보여
유행따라 팔렸다 크면 버려져
연말 치와와 유기견 대량 발생 걱정
1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반려동물입양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불꽃이’(마티즈 수컷ㆍ3,4살로 추정)가 앞발을 들어 올려 우리를 감싼 유리벽을 반복적으로 쳤다. 송우진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 주무관은 “앞발 어깨가 탈골되기 쉬워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면서도 “불꽃이가 낯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다.
불꽃이는 두 달 전 이곳에 왔다. 사람의 관심에 굶주려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먹이를 들고 있으면 애교 부리는 일반적인 개와 달리 으르렁대며 위협하기 일쑤고, 장난을 치다가 격하게 흥분해 자원봉사자를 문 적도 많다. 김재경 서울대공원 실무관은 “이곳에 있는 유기견 28마리 중 대다수가 공격성, 분리불안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분리불안은 반려견이 주인과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불안정한 심리상태로 심하게 짖거나, 한 자리에서 계속 점프하고, 발을 계속 핥는 행동을 한다.
지난달에는 6개월째 이곳에 머물다 끝내 입양되지 못한 ‘링컨’(푸들ㆍ2,3살 추정)이 최초 구조됐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다시 보내졌다. 자원봉사자의 손가락을 물어 병원 치료까지 받게 할 정도로 공격성이 심했던 게 원인이었다. 김재경 실무관은 “강아지가 사회성을 익히고 언어를 배우려면 태어나서 최소 3개월은 어미ㆍ형제와 같이 지내야 하는데, 보통 생후 1개월만에 어미와 떨어져 펫샵으로 보내진다”며 “교육이 잘 안 돼 있는데다 주인을 잃은 스트레스까지 겹쳐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강아지 때는 다 귀여워하던 사람들도 개가 크면서 아무 곳에나 오줌을 싸는 등의 행동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병이 들어 치료비가 들어가게 될 때 고의적으로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동물은 8만1,147마리에 달하며 이 중 개가 5만9,180마리(73%)였다. 많이 키우는 만큼 쉽게 버린다는 얘기다. 2012년 10월 문을 연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선 매달 8~10마리가 입양된다.
반려동물입양센터 실무관들은 “반려동물 들이는 것도 유행을 탄다”면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엔 치와와 유기견이 대거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방송된 케이블TV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장모 치와와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작고 안 짖는다’는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유통되면서 푸들의 인기가 치솟은 뒤 올해 초부터 이곳에 오는 푸들 수가 늘기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25마리 중 절반을 차지했다.
박미란 실무관은 “개가 짖는 행동은 본능적으로 당연한 것인데, 아직까지 사람들은 개를 인형처럼 보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과천=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