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가사노동 4시간17분
맞벌이 여성 전체 노동시간은 전업주부보다 2시간 더 길어
여성인구, 남성 넘어섰지만 집안일과 회사일에 여가는 뒷전
우리나라 여성들은 하루 중 남편보다 집안일을 5배나 많이 하고, 여가는 20분이나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여성은 미혼여성보다 2시간 가까이 가사노동(집안일+육아)을 더 했고, 맞벌이 여성은 전업주부보다 2시간 이상 노동시간(일+가사노동)이 길었다. 여성인구(2,531만5,000명)가 처음으로 남성(2,530만3,000명)을 넘어선 2015년, 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여성들은 매일 필수활동(잠, 식사, 운동, 외모관리 등)에 11시간16분, 의무활동(일, 가사노동, 학습, 이동 등) 8시간4분, 여가활동(레포츠, 종교, 봉사 등)에 4시간40분을 썼다. 남성과 필수활동 시간 차이(여성이 5분 많음)는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의무활동엔 14분을 더 쓰고 여가는 18분이 적었다.
평균적으로 일(수입노동)은 남성(4시간8분)이 여성(2시간26분)보다 1.7배 많이 했지만 반대로 가사노동은 여성(3시간5분)이 남성(42분)보다 4.4배나 많았다. 수입노동과 가사노동을 합친 전체 노동시간으로 보면 여성이 41분이나 길다.
결혼은 여성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배우자가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의 수입노동 시간은 각각 2시간36분과 2시간41분으로 비슷했지만, 가사노동은 4시간17분(기혼)과 2시간28분(미혼)으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기혼여성은 주말까지 예외 없이 매일 4시간 이상의 가사노동을 하고 있고, 특히 대표적인 여가인 TV시청 시간은 미혼여성보다 48분이나 적었다.
맞벌이 여성의 부담은 더 크다. 전업주부보다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47분 적었지만, 수입노동 시간이 4시간47분 많아 전체 노동시간은 2시간 더 길다. 여가시간은 전업주부보다 1시간48분이나 적은 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각 1시간14분, 35분씩 전업주부보다 노동시간이 길었다. 주중에 밀린 가사를 주말에 몰아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녀, 특히 취학 전 아이가 있는 여성에겐 육아 부담이 집중된다. 이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미취학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3시간5분 많았던 반면, TV시청을 포함한 여가시간은 1시간43분 적었다.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 남성의 집안일 분담 수준은 여전히 최하위권이다. 지난해 국내 남성의 집안일 시간(31분)은 여성(2시간27분)의 5분의1 수준. 2005~2013년 사이 조사 기준으로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여성의 집안일 시간(2시간38분~3시간25분)은 우리 여성보다 약간 길었지만, 이들 나라 남성(1시간36분~2시간10분)에 비해 우리 남성의 집안일 시간은 30%에도 못 미쳤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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