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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해양 대통령 나온 건 내 덕" 낯뜨거운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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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첫 해양 대통령 나온 건 내 덕" 낯뜨거운 설전

입력
2015.07.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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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신임 사무총장에 선출된 임기택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신임 사무총장에 선출된 임기택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신임 사무총장에 선출된 임기택(58)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 회견장을 빽빽이 메울 정도로 취재진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전 세계 해양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래서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국제기구 수장 자리에 올랐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한국인의 긍지를 살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임 당선자의 포부에선 비장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쾌거를 두고 잡음이 적지 않습니다. 그의 당선이 서로 ‘내 덕’이라고 주장하는 볼썽사나운 논공행상 설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포문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열었습니다. 1일 국회 기자간담회 도중 “정부에서 ‘네까짓 게 뭘 이런 걸 하냐’는 식으로 (출마 준비에) 아무 협조도 안 했다. 내가 모처에 특별히 부탁을 했고 이후 협조가 이뤄졌다”고 언급했습니다. 명확히 꼬집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이 됐는데요.

이에 해수부는 즉각 참고자료를 내고 “김 대표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유기준 장관의 조율에 따라 지원에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불편한 심기는 이날 임 후보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유 장관의 발언에서도 확인됐는데요. 유 장관은 “잔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실망감이 있다는 점 말씀 드린다”고 김 대표에 화살을 겨눴습니다. 김 대표 측이 “(협조가 없었다고) 말한 시점은 유 장관 취임 전”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해수부는 여전히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의 자화자찬도 낯뜨겁긴 마찬가지였는데요. 임 당선자의 선출 당일 보도자료, 그리고 다음날 기자단 브리핑에서 “전 외교통상위원장인 유 장관의 조율 덕분에 외교부와 혼연일체가 돼 선거캠페인을 주도했다” “유 장관이 서울 주재 이사국 대사들을 삼고초려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등의 자찬을 쏟아냈습니다. 함께 뛴 외교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애초 임 당선자의 이날 기자회견은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자리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는데요. 전 날 외교부의 요청으로 정부서울청사로 바뀌게 됐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임 당선자는 이날 “이번 선거 결과는 주무 부처인 해수부와 외교부간 협업 외교의 성공적 모델로 생각한다”고 공을 돌린 뒤 한 명 한 명 이름을 거론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요. 한껏 축하를 받아야 할 날에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하는 임 당선자의 상황이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현 주소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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