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거래소 개혁안 확정
지주사 전환→ 기업공개→ 상장
부작용 우려해 반대도 만만찮아
"특정 지역 위해 추진" 등 논란
한국거래소 아래 코스피ㆍ코스닥ㆍ파생상품 등 각 시장이 이르면 내년에 독립법인 형태로 분리된다. 거래소는 이 법인들을 아우르는 지주회사로 재편되고, 이 거래소 지주회사는 기업공개(IPO) 후 증시에 상장된다.
금융당국은 IPO를 활성화하고 거래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런 체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분리ㆍ거래소 지주회사화
2일 금융위원회는 제6차 금융개혁회의를 거쳐 거래소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 안에 따르면,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지주(가칭)라는 이름의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된다.
새로 생기는 거래소 지주회사 아래 코스피 거래소, 코스닥 거래소, 파생상품 거래소, 코스콤, 비영리 시장감시법인, 예탁결제원 등이 자회사 형태로 설치된다. 지금은 거래소라는 단일 법인 아래에 코스피ㆍ코스닥ㆍ파생상품 부문이 본부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코스닥의 독립이다. 이 안에 따르면 코스닥은 코스피 법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과거 코스닥이 거래소에 편입되었을 때 국제적 흐름은 시장 통합을 통해 정보통신(IT) 관련 투자 비용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하나의 지붕 안에 섞여 있다 보니 경쟁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기업규모에 따라 상장 시장을 결정하던 관행을 버리고 코스닥 시장에도 대형 기업을 유치하는 등 경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공정거래를 감시하는 시장감시본부도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으로 분리된다. 그러나 시장감시업무는 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거래소 지주회사가 이 법인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고 금융당국 등 공적 부문이 상당 부분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예탁결제원 역시 거래소 지주회사에 편입되지만 주권을 독점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공적인 통제를 받는다.
거래소 기업공개… 차익은 사회환원
거래소의 지주회사 작업이 완료되면 곧바로 IPO가 추진된다. 지주회사가 시장에 상장되는 방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가 상장되면 수익성을 위주로 하는 책임경영 문화가 정착되고 거래소의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를 IPO했을 때 생기는 상장차익은 공익기금을 조성하는 식으로 사회에 환원된다. 임 위원장은 “상장차익은 독점 이익이 누적된 것인데 이를 모두 주주가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주들과 상의해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의 주주는 증권사, 선물회사 등 38개 금융회사다.
만만치 않은 반대여론
금융위가 거래소 조직을 근본부터 개혁하려는 이유는 부진한 상장 실적 때문이다. 현재 거래소가 상장업무를 독점하고 있는데, 연간 상장 실적은 40여건에 불과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완전 분리시켜 상장 유치 경쟁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장 문턱을 낮췄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코스닥 ‘먹튀’ 기업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눈물을 흘렸냐”면서 “혼탁한 시장을 어렵게 안정화시켰는데 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벤처기업 거품기에 상장된 기업들의 퇴출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188만명에 이르고, 피해규모는 2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노동조합 반대도 거세다. 전국사무금융노조와 거래소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위는 거래소 지주회사화를 관철하기 위해 IPO라는 미끼를 던졌다”면서 “금융위 안을 저지하기 위해 전면파업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코스닥 분사가 결국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자리 만들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통과도 불확실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금융위는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내년에 각 시장 분할 법인을 출범시키고, 거래소 IPO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해 말부터 사실상 총선체제로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견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이날 논평을 내고 “상장된 특정 민간기업(거래소)에 공적 기능을 갖는 예탁결제원과 시장감시법인 등이 예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들 조직은 거래소로부터 완전 독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는 관련이 없고 특정지역(부산)을 위해서 추진되는 것이라서 쉽게 동의해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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