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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헌책방의 신비

입력
2015.07.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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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종종 들리는 편이다. 서울 시내 몇 군데 찜해둔 곳이 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도 있고, 먼 곳도 있다. 두서없이 눈에 띄는 책을 고르는 편이라 어떤 책을 정해놓고 들리진 않는다. 질서 없이 마구잡이로 분류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니 그게 가능하지도 않다. 당장 필요한 책을 콕 집어서 사는 게 아닌 만큼 생각지도 않은 책을 느닷없이 발견하는 게 재미라면 재미다.

한번은 이름은 익히 알고 있으나 읽어보지는 않은 외국작가의 소설 한 권을 사왔다. 읽었더니 호감이 생겼다. 그래서 최근에 나온 그 작가의 책을 살까 말까 고민했었다. 무슨 이유엔지 사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후 다시 예의 헌책방을 들렀다. 작심한 것도 아니었고, 여기저기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탓에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건만, 30여분 정도 책 더미 사이를 거닐다가 그 작가의 각기 다른 책을 세 권이나 발견했다. 큰 서점에서 사려다 만 작품까지 절반 가격에 꽂혀 있었다. 신기했다. 왠지 운명 같았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전혀 다른 시기에 발간한 책들이 그렇게 내 책가방 속에 담겼다. 공통분모 없이 출간되었을 그 책들이 시간의 각기 다른 줄기를 따라 잔존하다가 나라는 한 사람에게 같은 시간대에 포섭되었다는 사실이 기묘한 신비 같았다. 집에 와서 그 책들을 나란히 펼쳤다. 두 권은 작가 나름의 연작이었다. 시간의 열쇠를 쥔 기분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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