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 약속 깨고 유임한 이사
중계권 관련 이사회서 공분 사
박상희(64) 대한야구협회장의 조삼모사식 처신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야구협회는 1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제22대 1차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최근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보직 해임한 윤정현 전무이사와 박철호 홍보이사 대신 이일복씨와 임진국씨를 각각 신임 전무이사와 홍보이사로 선임했다. 또 총무이사직을 신설해 국회 입법 보좌관으로 일한 이성희씨를 앉혔다. 측근 인사의 발탁은 차치하더라도 논란이 된 쟁점은 박 회장이 배제하기로 약속한 모 이사의 유임이었다. 기존 5명의 상임이사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모 이사는 박 회장이 선거 운동 과정 때부터 대의원들에게 입이 닳도록 “함께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박 회장을 지지했던 10명의 대의원들 중 일부도 이 인사를 차기 이사진에서 배제시킨다는 조건으로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보름여전 박 회장은 임원 친목 간담회를 열고 이날 유임된 이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 사람은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박 회장의 황당한 말 바꾸기에 격노한 대의원이“자꾸 그렇게 거짓말을 할 것이냐”고 따져 묻자 박 회장은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유임시켰다”고 옹색한 변명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사회의 안건 중 하나는 협회가 주최하는 아마추어 야구대회의 방송중계 계약의 건이었다. 유임된 이사가‘업무의 연속성’을 주장할 수 순서가 마련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이사가 1년에 1억원씩 10년간 총액 10억원에 에이클라(중계권 판매 대행업체)와 계약을 하겠다는 기획안을 제시하자, 참석한 나머지 이사들은 다시 들고 일어났다. 한 이사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꿇릴 게 없다고 큰 소리쳤던 야구협회가 연간 500억원의 중계권 계약을 하는 KBO의 500분의1이라는 창피스러운 수준으로 계약을 하겠다는 소리냐, 그게 일의 연속성이냐”고 지적하자 급기야 ‘없던 계약’으로 황급히 무마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들고 나온 계약 조건도 ‘갑을’ 계약으로 대회를 주최하는 언론사는 자사 주최의 대회 방송 화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는 것. 언론인 출신의 모 이사조차 이 같은 내용을 보고 “업무상 횡령ㆍ배임으로 고발을 당할 소지가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밖에 새로 발탁한 또 한 명의 이사 역시 과거 협회 직원 폭행으로 구설수에 올라 옷을 벗었던 사람이다. 이사회에 참석한 대의원은 “더 이상은 박 회장의 막무가내식 행보를 좌시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대응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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