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삼일공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지친 눈을 쉬러 가는 산책길이니 공원 입구의 안내판도 자세히 읽지 않았습니다. 짧은 산책로를 여러 차례 오가며 이 동네가 삼일동도 아닌데 왜 삼일공원인지 궁금하긴 했지요. 나중에 안내판을 읽어보니 소녀시절 삼일운동에 참여했던 한 할머니의 청원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라네요.
내 삶이 하나의 공원이라면 그 공원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그 공원의 중심에는 어떤 형상의 조각이 순백의 빛을 뿜어내고 있을까요? 모여들었다 흩어진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그들은 나의 추위를 이해했을지 혹은 내 온기를 느꼈을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창백한 얼굴로 서 있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분주히 길을 가는 이들을 보며 어느 새가 울었나요? 아침의 솟아오르는 빛 속에서 당신은 목을 길게 빼고 무어라 말했나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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