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로 산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1950~70년대 美 거리풍경 찍어
동시대 게리 위노그랜드 전시도
살아생전엔 평범한 보모였지만 사망 후 만인의 관심을 받는 전설적 사진작가가 됐다. 미국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의 이야기다. 2일부터 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무명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와 그의 동시대에 살았던 유명 사진작가 게리 위노그랜드(1928~1984)의 사진전이 열린다. 1950~70년대 미국의 거리 풍경을 관찰할 수 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1951년 뉴욕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해 1956년 시카고로 이주한 후 평생 그곳에 살면서 거리를 촬영했다. 생계를 위해 보모나 간병인으로 일했던 그는 거리에 나설 때면 무거운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목에 걸었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운 적도, 찍은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준 적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 세상이 소통하는 창구로 카메라 렌즈를 선택했다.
가난한 형편에도 마이어는 창고를 빌려 사진을 찍은 필름과 장비, 신문과 잡지로 가득 찬 200여개의 상자를 쌓아놓았다. 그는 상자들을 “나의 인생”이라 불렀다. 하지만 창고 대여료를 갚지 못했기에 상자의 내용물은 모두 경매로 나왔다. 그의 사진을 매입한 젊은 부동산업자 존 말루프는 2009년 10월 마이어의 사진을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리커(Flickr)에 올렸고 은둔자의 사진은 비로소 세상의 관심을 받게 됐다. 마이어의 인생과 사진을 다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2015 아카데미상 최우수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다.
사진예술의 관점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20세기 중반 미국서 유행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흐름 안에 있다. 흑백을 고집하던 그가 1970년대 들어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도 컬러 사진의 예술성을 인정한 당대 유행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대도시의 삶을 포착한 작가들로는 로버트 프랭크, 리젯 모델, 리 프리드랜더, 다이안 아버스 등이 있다. 게리 위노그랜드 역시 그 중 하나다. 이번에 전시되는 ‘여성은 아름답다’ 연작은 1950~6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일상 속 여성의 매력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사진 모음이다.
두 작가의 거리 사진들 가운데 길거리의 거울에 대고 아무렇게나 찍은 비비안 마이어의 자화상은 특히 깊은 인상을 준다. 누구의 관심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호기심 충족과 기쁨을 위해 사진을 찍었던 그의 순수한 열정이 사진을 통해 전해진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마이어의 자화상에서는 세상 속 자신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는 자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9월 20일까지. (02)737-765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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