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A초등학교에 다니는 6학년 B군은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 친구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공개 게시판에 자신의 말 더듬는 습관을 꼬집으며 ‘바보’라고 놀린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OOO 저격수’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비방 글은 자신 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 같은 학년 친구 1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외모나 행동 등을 비하했다.
지난해 전학을 온 아이를 두고는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해서 학교를 옮긴 것이라 매도했고 키가 작은 아이에게는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야동 보느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를 향해선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꼴불견’이라고 놀려댔다.
비방 글을 접한 아이들과 부모들 사이에선 분노가 들끓었고 다음날 담임 교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사건을 고지하고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엄포를 놨다.
결국 ‘OOO 저격수’는 ‘장난으로 시작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지 몰랐다’는 사과 글을 올리고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이 공개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을 서둘러 수습했으나 일부 학부모들은 정식 처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학교알리미 공시 자료)은 4,153건에 이른다. 이는 전국 1만9,521건의 21%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사이버 폭력은 356건으로 전년 246건과 비교해 44.7%(110건)나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교육당국은 정보통신윤리교육 자료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고 애플리케이션 등을 홍보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기경찰청 임지환 사이버수사대장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이버폭력을 노하우 없는 일선 교사들에게만 맡겨둬선 안 된다”며 “전문인력을 두는 등 학교 현장의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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