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김정태 회장 포함해야" 주장
일각선 "현행 집행부 1명만 포함된 노조측이 대표성 더 떨어져" 지적
법원의 가처분 이의신청 인용 결정으로 재개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 작업이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사실상 조기 통합에 힘을 실어준 법원의 결정에 고무된 하나금융 측이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자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 회장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대화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9일 통합 논의와 관련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함께 참여하는 ‘5대5 대화’를 제안했다.
앞선 지난달 26일 법원 결정 직후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과 외환은행장·노조위원장, 하나은행장·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5인 회의개최를 제안하자 이를 거부하고 김정태 회장을 포함해 양측 대표단을 동등하게 구성해 통합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는 5인 회의를 거부하는 대신 지난해 구성된 현행 ‘4대4 대화단’에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외환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을 참여시켜 논의를 진행하자고 수정 제안한 것이다. 외환 노조 측은 “김정태 회장이 2·17 합의의 핵심 당사자이자 통합관련 실권자인 만큼 협상의 신속한 마무리를 원한다면 직접 협상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노조의 이 같은 제안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정태 회장은 작년 말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 협상의 전권을 준다는 위임장을 외환은행 노조에 전달했고, 이후 협상은 김 행장과 김근용 노조위원장의 주도 하에 이뤄져 왔다. 그러다 노조 측이 불리해지자 “김정태 회장과 협상을 하겠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실성이 낮다는 점이다. 지주사의 회장이 계열사의 노사 협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현실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게자는 “(우리가) 최초 제안한 5자 협상은 노사협상과 별개로 하나금융의 미래를 위한 상생방안을 논해보자는 취지인데 기존의 ‘4대4 대화단’은 노사 간의 통합 협상인 만큼 지주사 회장이 참여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노조측 대화단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행 집행부는 단 1명일 뿐 전임, 전전임 노조위원장, 16년 전 퇴직한 전직 직원으로 구성돼 있어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노조 측이 무리한 제안을 통해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시라도 빨리 통합을 하려는 하나금융 측에 비해 외환은행 노조는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손해 볼 게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측은 이달 6일까지 외환은행 노조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등 정면 돌파할 태세다. 이날은 외환은행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2.17 합의서 수정안을 공개하는 등 노조를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6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아닌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동의서를 받아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해 연내 통합을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년 간 공방이 이어진 과정에서 양측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통합 협상이 더 큰 대립으로 치달을 위기를 맞고 있다”며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중심에 두고 양측이 통 큰 양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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