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7월2일) ‘815콜라’가 부활했다. 98년 4월부터 범양식품이 부도 난 2004년까지 “콜라 독립”이란 말을 이마에 새겨 팔리던 그 콜라다. ‘독립’과 ‘815’가 청량음료 상표에 붙기에는 무거워 보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이른바 코카콜로니제이션(cocacolonization)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앞세운 거였다.
코카콜로니제이션은 코카콜라와 colonization(식민화)의 합성어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브랜드ㆍ마케팅 파워로 전세계 청량음료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해온 코카콜라의 제국주의적 시장 장악 패턴과 미국식 소비 문화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맥도널디제이션’과 함께 더러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코카콜라 신화는 그 과정, 즉 펩시와 월마트의 샘스콜라, 페루 잉카콜라 등의 도전을 누르고 회유하고 포섭하면서 일군 불패의 전적 위에서 오히려 강화돼 왔다.
코카콜라의 해외시장 공략 패턴은 단순하다. 우선 현지 업체와 보틀링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에 진입한 뒤 적당한 시점에 계약 중단 압력으로 현지업체를 인수해버리는 거다. 코카콜라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우드러프의 철칙 중 하나도 해외 지사 계약 시 기간을 명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68년 이후 한국 파트너는 한양식품(두산식품 전신)과 우성식품 범양식품 호남식품이었다. 범양식품은 73년부터 영남과 충청권 생산ㆍ판매를 맡아왔다.
코카콜라는 그 방식대로 95년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다들 백기를 들고 코카콜라 현지법인에 흡수(지금은 LG생활건강)됐지만 범양은 소송으로 계약해지 2년 유예 판결을 따낸다. 그 기간 동안 자체 기술로 개발한 게 815콜라였다. 815콜라는 90년대 말 IMF구제금융시대의 애국심 마케팅과 20여 년의 유통망, 가격 경쟁력 등으로 한때 콜라시장 점유율을 13.7%까지 끌어 올렸지만, 무리한 경영과 코카콜라의 거친 반격 등이 겹쳐 결국 문을 닫은 거였다.
다시 나온 815콜라는 중소 음료 제조업체 프로엠이 8년간 상표 라이선스를 임대하고 품질을 개선해 내놓은 상품. 250㎖ 캔 단일 품목으로 편의점만 공략해왔다. 업체 측은 아직 시장점유율을 따질 수준이 안 된다고, 판매량도 월 50만~80만 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프로엠 윤정현 사장은 “하지만 8월 광복70주년 한정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고, 동남아 수출 등을 위해 상표명을 수정할 계획도 세워뒀다”고 말했다.
815콜라의 ‘독립’은 조선 식민지의 시간보다 더 길고 집요한, 감각(이미지와 맛)의 지배로부터 해방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윤리적ㆍ이념적 당위로부터 이미 독립해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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