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합병비율 산정에 문제없고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 올라
총수 일가에만 이익 준 것 아니다"… 기관 투자자들 향배에 달려
삼성물산, 합병 안내 홈피 개설하고 우호 세력 늘리기 총력전 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이에 벌어진 싸움에서 1라운드는 삼성의 승리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김용대)는 1일 엘리엇이 제기한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엘리엇이 제기한 ‘합병비율 1대 0.35가 삼성물산 자산가치를 무시했다’,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시점을 택해 합병한 것은 총수 일가를 위한 것 아니냐’는 등의 공격을 모두 배척해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 대 0.35)은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됐고, 산정 기준인 주가가 부정거래행위로 형성됐다고 볼 자료가 없어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혀 합병비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합병이라는 엘리엇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5월 26일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제일모직과 그 대주주에게만 이익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3일로 예정된 국제주주총회 의결권 자문기관인ISS의 입장발표, 17일 예정인 양 사 주주총회 등 2라운드와 정작 본 게임이 남아 있다. 이렇게 되면 주총을 향한 표 대결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삼성 계열사와 KCC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우호 지분은 19.95%다. 관건은 10.15%를 보유한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지분 21.2%의 향배다. 모두 찬성한다 해도 41.15%여서 47%로 예상되는 합병 성사 지분에 여전히 모자란다.
외국인 지분도 엘리엇 7.12%를 비롯해 33.61%다. 이긴다 해도 압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구도다. 그만큼 우호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이날 회사 공식 홈페이지와 별개로 ‘뉴삼성물산’인터넷 홈페이지(www.newsamsungcnt.com)를 만들었다. 여기에 합병 관련 상세 설명자료를 올렸다. 의결권 위임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제일모직이 대주주로 있는 바이오의약품 원료 생산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복제약 개발업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날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R을 통해 주주친화 방안을 공개하고 합병에 따른 사업연계효과를 강조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우호 세력을 늘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여기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공장 증설 착수시기를 앞당겨 2020년까지 생산능력, 매출, 이익 규모에서 세계 1위의 제약 제조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도 “현재 개발 중인 제품 이외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7종의 복제약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것이 아니고, 합병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재계애서는 삼성의 이런 움직임이 국민연금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정당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대의명분이 필요해 무조건 삼성을 편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삼성은 장기적 국익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선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이날 “소액주주를 위한 정책에 신경 쓰겠다”며 “국민연금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잘 판단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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