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고서,
폭력 한 번 당한 학생의 경우 친구들과 친하면 다음해 적응 잘해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이나 신체폭력ㆍ성폭력 등을 당한 경험이 있더라도 어려움을 이야기할 친구가 있을 경우 다시 학교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해 학생의 처벌 보다는 피해 학생의 친구 관계를 돕는 방식으로 학교 폭력 예방ㆍ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학교폭력 피해유형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때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들은 이듬해 학교적응 시 교우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급 친구와의 어울림, 배려, 신뢰 등을 설문해 수치화한 교우관계 점수 평균을 기준으로 교우관계가 좋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학교폭력 1회 피해 학생 중 교우관계가 좋은 경우 학교 적응 점수는 195.69점이었지만 좋지 않은 경우는 적응 점수가 174.07점으로 크게 낮았다. 반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은 교우 관계가 좋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학교 적응점수가 190점 정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학업 성적, 학습활동에 대한 흥미와 동기, 학교규칙 준수여부로 학교적응도를 정의해 총합 300점으로 산출했고, 학교폭력 피해유형은 신체폭력, 금품갈취, 놀림, 따돌림, 협박, 성폭력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를 진행한 박종효 건국대 교직과 교수는 “학교폭력의 일시적 피해는 부정적인 친구관계와 상호작용이 발생해 학교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학교폭력 관련 가해 학생의 처벌 등의 조치에 중점을 두기보다 학생들의 긍정적인 친구관계를 돕는 것이 학교폭력 예방은 물론 극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유형 이상의 학교 폭력을 중복 경험하거나 지속적인 피해를 당한 학생은 피해 발생 1년 후 학교에 적응하는 수준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없거나 1회만 경험한 학생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또 학교폭력 피해를 지속ㆍ중복적으로 당한 학생이 1년 뒤 여전히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는 22.8%나 됐다.
박 교수는 “단순히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만을 따질 게 아니라 피해가 반복ㆍ중복되고 있는 지를 살펴 피해 학생에게 맞는 사후 방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아동ㆍ청소년패널조사의 중학교 1학년 패널 2,187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피해 지속 유형을 측정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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