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00억원 투입 해외광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위축됐던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팔을 걷었다. 특히 방문객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遊客ㆍ유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법무부는 6일부터 9월 30일까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 단체관광객에 한해 비자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침을 1일 내놨다. 국내에서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비자수수료를 면제하는 정책은 처음이다. 수수료가 면제되면 80억~90억원의 국고 손실이 예상되지만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시행 결정을 내렸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3~6월 발급된 단수비자(일회용 비자)의 유효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난다. 해당 기간 단수비자를 발급받은 관광객은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비자가 연장되는데, 혜택을 받을 외국인 수는 109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역시 무비자로 최대 15일간 한국 입국이 허용될 예정이다.
이 같은 파격 조치는 국내 관광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유커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메르스가 확산된 지난달 한국을 찾은 유커 규모는 26만5,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58만5,000여명과 비교해 반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절반 이상이 단체관광 형태여서 유인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도 발길을 돌린 외국인 관광객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인프라 업계와 손을 잡고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서울로 불러오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서울 관광산업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직접 관광가이드로 나서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다가오는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고 중국, 홍콩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홍보 공세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는 해외광고에 1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하는 한편, 해외미디어를 상대로 팸투어를 추진하는 등 관광마케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ㆍ지자체의 노력에 중국 측도 적극 화답하는 모습이다.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대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방한 일정을 연기했지만 일시적 현상이며 가을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반드시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도 내놓았다. 일부 국가가 메르스 우려에 한국 관광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추 대사는 “한국의 메르스 극복 과정에 중국은 적극적 지지를 보내 왔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한국에 대해 여행 경고나 권고 조치를 내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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