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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래퍼 엠이디와 작업,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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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래퍼 엠이디와 작업,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죠"

입력
2015.07.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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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힙합 프로듀서 오타키

"음악할 시간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두번째 음반을 낸 힙합 프로듀서 오타키는 “힙합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듣고 그 중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DJ 문화가 내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두번째 음반을 낸 힙합 프로듀서 오타키는 “힙합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듣고 그 중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DJ 문화가 내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눈이 확 뜨일 만한 앨범이다. 힙합 DJ 겸 프로듀서인 디제이 섀도나 매드립을 좋아한다면 더욱 그렇다. 프로듀서의 이름은 오타키. 일본인이 아닌 순수 토종 한국인 김성민(33)의 예명이다. 자급자족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autarky’에서 따왔다.

17일 발매하는 오타키의 두 번째 앨범 ‘사이키델릭 웨더’는 한국 힙합이 음악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불길하게 연신 강타하는 스네어 드럼과 무심하게 파고드는 파열음, 다채로운 음향 효과의 결합, 뚝심 있게 비워둔 소리의 여백이 미국 유명 래퍼 엠이디(MED)의 주술 같은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추상화를 그려낸다. 힙합을 기반으로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닉, 미니멀리즘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이 앨범을 오타키는 혼자 만들었다.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사 편집국에서 만난 오타키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그것만의 고유한 느낌이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타키는 그레이터 풀스라는 레이블에 소속돼 있지만 사실상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다. 프리재즈와 힙합을 결합했던 첫 번째 앨범 ‘스모크드 재즈’를 3년 전 발표했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무명인 그가 어떻게 매드립의 명반 ‘셰이즈 오브 블루’에 참여한 유명 래퍼 엠이디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을까. “엠이디의 트위터 계정에 당신과 함께 만들고픈 음악이 있다고 글을 올렸어요. 당연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음악을 한번 들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때 만든 곡이 ‘워럽’이란 곡인데 다른 곡도 들려달라고 해서 예전에 만들어 놓은 걸 보내줬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죠.”

녹음을 위한 교류는 이메일과 트위터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오타키가 보낸 음악에 엠이디가 직접 가사를 쓴 랩을 덧입혔다. 그는 “원래 한 곡만 하려고 했는데 더 할 게 있으면 연락하라고 해서 작업이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엠이디는 앨범에 실린 여섯 곡 중 ‘워럽’ ‘블랭크2’ ‘매스 히스테리아’ ‘사이키델릭 웨더’ 네 곡에서 랩을 했다. 그는 “별 5개 만점에 3개 반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오타키는 정규 음악 수업을 받지 않았다. 학창시절 힙합을 좋아하긴 했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을 거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 법대에 진학해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중 “이걸 하면 행복하지 않겠구나” 싶어 학교를 중퇴하고 힙합에 뛰어들었다. 애초에는 래퍼를 꿈꾸며 길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가사를 잘 쓰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져 방황하다 프로듀서로 방향을 틀었다. 혼자서 컴퓨터 음악 제작 프로그램과 악기를 두드리며 만든 곡을 모아 앨범을 냈으나 그를 주목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대중의 관심보다 좋은 음악이 중요하다고 했다. “돈이 되는 음악이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생계는 아르바이트로 해결한다. 정규직을 택하지 않은 건 “음악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요즘은 레코드가게에서 일한다. 새로운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어 그에겐 매우 만족스러운 직업이다.

오타키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한때는 스트레스였지만 지금은 마냥 재미있다고 했다. “힙힙이든 뭐든 그냥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음악을 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어요.”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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