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대로 승인 전망 어두워
그리스 국민투표 앞두고 국론 양분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1일 긴급회의를 열고 그리스가 정부가 요청한 3차 구제금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결과는 2일 새벽(한국 시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그리스는 채권단의 개혁안을 수용해 ‘가혹한 긴축’을 감내하느냐, 거부해 ‘유로존을 탈퇴 후 3등국가로 추락’하느냐는 어려운 선택을 앞에 두고 국론이 양분됐다.
유로그룹이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상환에 실패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그리스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승인 전망은 어둡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유로그룹 의장이자 유로안정화기구(ESMㆍ유로존 회원국 구제금융 지원 기구) 의장인 예룬 데이셀블룸은 1일 유로그룹 회의를 열고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ESM에 향후 2년간 국가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3차 구제금융과 함께 IMF 부채상환을 위한 기존 2차 구제금융의 단기 연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유로그룹은 그리스 정부의 2차 구제금융 단기 연장은 거부하고, 3차 구제금융 안에 대해서만 새롭게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3차 구제금융 안이 승인되면 그리스 정부는 다음달 5일 국제채권단의 개혁안 수용 여부를 묻기 위한 국민투표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예정된 국민투표 이전에 3차 구제금융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투표 카드를 앞세워 IMF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등 ‘트로이카’채권단을 압박하던 그리스 정부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한 것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국론이 양분되는 것은 물론 그리스 국민들의 고통도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아테네의 산티그마 광장에서는 1만3,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의 개혁안을 거부해야 한다”면서 치프라스 총리를 지지하는 대규모 긴축반대 시위를 열었다. 하지만 30일에는 아테네에서 국제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긴축에 찬성해야 한다는 집회도 열렸다. 당장 은행업무가 중단되면서 생계 곤란을 겪는 시민들이 금융 위기를 체감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유로존 탈퇴로 인한 물가 폭등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ECB는 1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어 디폴트에 처한 그리스의 긴급유동성지원(ELA) 유지 여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CB가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5일 이후에도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ELA를 유지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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