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새 영유아보육법 시행
화질ㆍ저장용량 기준 충족 못해
설치ㆍ교체 급한데 큰 비용 소요
복지부ㆍ보육계 예산 문제 마찰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됐지만 현재 전국의 어린이집들에 설치된 CCTV들이 관련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부분 교체돼야 할 실정이다. 정부는 어린이집 1곳당 많게는 수백만원이 드는 CCTV 설치나 교체, 업그레이드 비용을 어린이집에 선 부담시키고 후 정산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보육계와의 마찰이 예상된다.
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인천 전체 어린이집 2,305곳 중 1,037곳(설치율 45%)이 CCTV를 설치·운영 중이다.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건 이후 실시된 2월 말 아동학대 특별점검 당시 904곳보다 어린이집 수는 133곳, 설치율은 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CCTV를 새로 설치한 어린이집과 기존에 운영 중인 어린이집의 98% 가까이가 9월 19일 시행을 앞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정한 CCTV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어린이집은 12월 18일까지 영유아의 주요 활동공간인 보육실, 공동놀이실, 놀이터, 식당, 강당 등에 1대 이상의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CCTV는 130만 화소 수 이상이어야 하며 60일 이상의 저장용량을 갖춰야 한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1,037곳) 중에 20여 곳만이 화소 수와 저장용량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걸로 파악됐다”며 “100만 화소 수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더라도 전국적으로 6%만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10곳 중 6곳이 CCTV를 새로 설치해야 하고 4곳은 기존 시설을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어린이집 CCTV 설치율은 42.5%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등은 현재 어린이집 CCTV 설치와 관련한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 어린이집이 각각 40%, 40%, 20% 비율로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당장 예산 반영이 어려워 우선 어린이집에서 관련 비용을 부담한 뒤 내년 이후 정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오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장은 “현재 어린이집에서 CCTV 24대를 설치·운영 중인데 법정기준에 충족하려면 수백만원이 들고 통신선로까지 고칠 경우 새로 설치하는 수준의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된다”며 “규제만 앞세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밀어붙인다고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