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는 이집트 오라스콤이 5년간 면세특혜와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 지난해 말 현재 북한 국내총생산(280억달러ㆍ2013년 기준)의 2.1%에 달하는 5억8,500만달러(북한 원화ㆍ585억원)의 현금을 이익으로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스콤이 1일 공개한 ‘2014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의 면세조치로 지난해 이 회사가 이동통신 가입자 1명당 벌어 들인 이익(연간 100달러)이 한국의 최대 이통통신업체인 SK텔레콤(5만원ㆍ법인세차감전이익 기준)보다 두 배나 높았다. 세계적 회계법인인 딜로이트가 감사한 이 회계보고서에서 오라스콤은 약 240만명의 북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벌여 2억6,186만달러의 이익을 챙겼다고 보고했다.
오라스콤은 북한 당국의 조치로 매년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2013년까지 면세 혜택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오라스콤의 북한 투자법인 ‘고려링크’의 현금보유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5억8,5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폭리 구조가 실제로 오라스콤의 이익으로 실현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푼의 외화가 아까운 북한 당국이 ‘고려링크’에 쌓아둔 적립금을 달러로 바꾸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는 “오라스콤이 5억달러가 넘는 현금의 본국 송금 문제를 북한 측과 협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설령 북한 당국이 송금을 허용한다고 해도, 환율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오라스콤은 북한 정권 주장대로 북한 원화로 적립된 돈을 ‘1달러=100원’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장마당 환율은 달러당 8,000원을 넘는다. 실질 환율을 적용하면 5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80분의1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VOA는 “북한은 ‘강성네트망’이라는 제2 이동통신사를 설립해 오라스콤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며 “(장부상으로는 막대한 이익을 쌓았지만) 오라스콤도 북한에 진출해 손해만 보고 나간 외국 회사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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