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 문재인 '경제카드', 野 집권의 엔진 될까

입력
2015.07.01 14:05
0 0

“드디어, 드디어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가 출범을 했습니다.”

문재인(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한동안 주춤했던 경제 행보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당 내홍 수습에 분투하던 기억이 스쳤던 걸까요. 자신이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웠던 ‘유능한 경제정당론’의 재가동을 선포하는 문 대표의 목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드디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고, “정말 기쁘고 가슴 설레는 일”이라는 소회를 밝힌 그의 얼굴에는 근래 들어 보기 힘들었던 미소까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출범한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당 직속 기구로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대비한 당의 장기적인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됩니다. 공동위원장으로는 정세균 전 대표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채수찬 KIST 교수,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김윤자 한신대 교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습니다.

사실 문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론’은 얼마 전 까지도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습니다. 2월 당대표 취임 이후부터 문 대표는 야당도 경제를 말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는’ 소득주도 성장론 다듬기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습니다. ‘경제 이슈는 여당’ 이라는 틀을 깨는 야당의 변화가 참신하다는 평가와 함께 10%를 겨우 웃돌던 당 지지율이 한때 30%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ㆍ29 재보선 참패와 이후 불거진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인해 문 대표에게는 좀처럼 경제 이슈를 꺼내 들 여유가 없었습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koh@hankookilbo.com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koh@hankookilbo.com

그러나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을 내린 걸까요. 몸을 숙이던 문 대표가 다시 한 번 놓았던 경제 카드를 집어 들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여당의 집안 싸움이 장기화 할 조짐을 보이고,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으로 둘러싼 당 내분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회가 생겼습니다. 여당이 친박-비박으로 나눠 권력 투쟁으로 자중지란 하는 틈을 타 계파 갈등과 분열로 악화된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하고 민생 정당 이미지를 챙기겠다는 복안입니다.

문 대표는 이날 출범식에서도 정부 여당이 소홀히 하고 있는 ‘민생경제’를 강조하고 대안정당의 면모를 부각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인데 대통령은 어려운 삶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다”며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의 역량을 모아야 하고, 국가 역량을 모으기 위해선 먼저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를 무능한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큰 틀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한다는 비판이 많은 만큼, 하루 빨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인데요. 이를 위해선 정부, 기업계, 언론, 회사원, 청년, 주부 등 이날 출범식에 초청된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조언을 새길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거시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당장 소상공인 같은 서민들이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부분도 절박한 문제”라며 실질적 대안을 주문했습니다. 야당 특유의 ‘반기업정서’ 색깔을 지워내고 기업계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호성 한국경제인총연합회 상무는 “기업과 국민은 대립관계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의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경제정당이 되겠다’는 취지로 이날 출범식에 초청된 주부 이모씨는 일반 국민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들 툭툭 던져놓기만 하시지 정작 가정경제에 도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정당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셔야죠. 제발 제대로 된 법안 만들어주세요. 자식들에게 ‘이 나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씨는 “국민들은 산 속에 가 있는데 바다에 가서 고기를 잡으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이날 사회를 맡은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그래도 ‘사랑’이라는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했습니다.

문대표는 이날 출범식 취임사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는 (우리 당의) 집권 엔진”이라며 “총선 승리를 넘어 집권하는 순간까지 위원회가 경제분야의 ‘섀도 캐비닛’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유능한 경제정당 위원회가 야당의 대선 승리를 견인하는 파워 엔진이 될 수 있을까요. 더 지켜 봐야겠습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심윤지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