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고려 말 문신 이달충(李達衷ㆍ1309~1385)이 남긴 글을 모은 ‘제정집(霽亭集)’의 초간본이 강원 원주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발견됐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올해 초 청주의 골동품상으로부터 매입한 고서적을 연구한 결과 조선 세종 때 간행됐으나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제정집’ 초간본 제2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정집’은 조선 세종 때 이달충의 손자인 강원도 관찰사 이영상(李寧商)이 처음으로 간행했다는 기록이 조선 중기 시문집인 ‘동문선(東文選)’에 남아있다. 그러나 초간본이 소실되자 1836년 후손 이벽수(李璧秀)가 여러 문헌에 남아있던 이달충의 글을 모아 중간본 4권을 간행해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
이번에 발견된 제정집에는 중간본의 내용과 다른 점이 다수 나타났다. 한 관장은 “제목 아래 찍힌 종(終)자를 통해 초간본은 2권만 간행됐으며 이 책은 그 중 2번째 권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중간본에는 없었으나 ‘동문선’에 기록돼 있는 이달충의 글 ‘나옹화상어록발미(懶翁和尙語錄跋尾ㆍ고려 말 활동한 나옹선사의 어록에 쓴 서문)’와 ‘김제학천처칠칠소(金堤學薦妻七七疏ㆍ김제학이 아내를 천도해 연 49재에 쓰인 추도문)’가 수록돼 있다. 기존에 알려진 이달중의 글보다 내용이 상세하게 서술된 글이 5편, 처음 발견된 글도 4편 있다.
문헌을 검토한 남권희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세종로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제6회 원주 고판화문화제 국제학술대회에서 ‘초간본 제정집의 서지적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이상의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판화박물관이 주최하는 제6회 원주 고판화문화제는 5일 국립민속박물관과 6일 원주 신림면 고판화박물관에서 진행된다. 국제학술대회 외에 한ㆍ일 고판화 비교전시회, 고판화 장인 시연회 등이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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