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현대자동차 제공

차세대 친환경차로 부상한 연료전지자동차(FCV)를 양산하는 완성차 업체는 세계에서 딱 두 곳입니다. 판매량 기준, 글로벌 5위인 현대자동차와 1위인 일본의 토요타자동차입니다. 현대차는 2013년 초 가장 먼저 양산 체제를 갖추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토요타는 지난해 12월 세단으로는 세계 최초인 수소차 미라이를 일본에서 출시했고요. 공식적으로 수소차 개발을 시작한 게 토요타는 1992년, 현대차는 1998년이니 스타트를 늦게 끊은 현대차가 결과물은 먼저 내놓은 겁니다.

수소차 미라이가 일본 도쿄 오다이바의 토요타 테마파크 '메가웹' 트랙을 달리고 있다.
메가웹 트랙에서 미라이를 운전하는 토요타 직원. 미라이 내부는 토요타의 하이브리차 프리우스와 유사하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오다이바의 토요타 자동차 테마파크 ‘메가웹’에서 미라이 시승 기회를 얻었습니다. 일본에서만 판매돼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는 차입니다. 수소차 전용모델로 개발된 미라이는 외관이나 실내 디자인에서 하이브리드 차의 대명사로 통하는 프리우스 ‘냄새’가 배어 나왔습니다. 급가속 시 전기모터 소리가 커지긴 했지만 주행감도 플러그 인(충전식)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PHV의 전기차 모드와 유사했습니다. 토요타 직원은 서킷 시승 뒤 핸들 왼쪽의 버튼을 눌러 미라이 트렁크 밑으로 물을 빼내는 시연으로 몸소 수소차임을 인증했습니다.

내연기관 차와 달리 배기가스 배출구가 없는 미라이 트렁크 아래로 물만 배출되고 있다.

수소차는 탱크에 채운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 간 반응으로 전기를 만들고 모터를 돌려 구동합니다. 미라이는 3분이면 수소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고, 가솔린 차와 비슷한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일본 기준으로 650㎞ 정도라고 합니다. 투싼ix 수소차도 1회 충전으로 415㎞를 갑니다. 현재 최대 주행거리가 150㎞ 안팎인 전기차들이 따라가기 힘든 연료 효율입니다. 미라이는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이 시트 밑에, 배터리는 트렁크 쪽에 있는 반면 투싼ix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이 가솔린차의 엔진룸 위치에 있고, 배터리가 시트 밑으로 들어간 게 구조상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메가웹에 전시된 미라이 동력계통 구조. 주황색 수소탱크 2개가 뒷부분에 있고, 연료전지 스택이 시트 아래 자리잡고 있다.
투싼ix 수소차는 연료전지 스택이 앞에 있고, 시트 아래에는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현대차 제공

수소 생산 과정을 차치하면 수소차는 아무리 달려도 남는 건 물 밖에 없으니 그야말로 친환경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로에서 투산ix 수소차와 마주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차를 만드는 현대차 본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차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수소 충전소가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미라이 한 대를 못 봤습니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충전소 확충 등 수소 생태계 구축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세계 최초 상용화란 타이틀은 현대차가 가져왔지만 지금은 우리가 한발 뒤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2년간 판매한 투싼ix 수소차는 273대입니다. 유럽(117대)과 미국(116대)에서 대부분 팔렸고, 국내 판매량은 29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일반인 고객은 한 명도 없습니다. 현대차는 1억5,000만원이었던 가격을 지난 2월 43%나 깎아 8,500만원으로 낮췄지만 판매는 여전히 신통치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약 6개월간 미라이 1,500여 대가 계약됐고, 200대여 대가 출고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는 올 가을 데뷔할 예정입니다. 일본도 자국에서는 공공기관 물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토요타 측은 “하이브리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처럼 신기술을 선망하는 일반인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보조금 액수를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금 포함 723만6,000엔인 미라이 구매 시 보조금이 최대 202만엔 나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나름의 보조금이 있어 도쿄도의 경우 100만엔입니다. 도쿄 시민은 현재 환율 기준 우리 돈 약 3,850만원이면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를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민간에 지원되는 보조금이 없고, 공공부문만 찻값의 50%를 보조금으로 받습니다.

수소 충전소 개수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2005년부터 수소 충전소 17곳이 설치됐지만 2곳은 폐기됐고, 6곳은 운영 중지 상태입니다. 가동 중인 곳도 모두 연구용이고, 일반인이 이용 가능한 충전소는 울산과 대구에 각각 한 곳씩밖에 없습니다. (수초 충전소 현황은 파악하는 곳에 따라 차이가 있어 현대차는 전국 10곳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40여개인 충전소를 도쿄 등 4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10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충전소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2013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했고, 올해 보조금 규모는 96억엔(약 878억원)이나 됩니다. 히사시 나카이 토요타 기술위원은 “일본 정부는 ‘수소사회’로 방향을 정했고, 여기에는 자동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수소차 인프라 구축을 포함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현재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수소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활성화 방안’ 용역을 수행 하고 있습니다. 8월쯤 용역이 끝나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산업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올 하반기에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수소차는 생소한 분야라 그간 관계부처 간 충분한 논의 과정이 없었고, 이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수소 충전소는 압축천연가스(GNG)보다 더욱 고압을 다뤄야 해 안전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더 지체하다가는 수소차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치고 일본 뒤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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