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두산이 암울한 고민을 떨치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기막힌 반전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달 30일 우천 연기된 잠실 LG전에 앞서 "(임시 선발) 허준혁은 원래 구상에 없던 선수다. 그런데 마운드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줄은 나도 몰랐다"며 "워낙 제구가 좋아 볼넷을 던져도 전략적인 것처럼 보인다. 전형적인 선발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니퍼트가 서서히 공을 던지고 있다. 니퍼트가 돌아오면 진야곱과 허준혁 중 한 명은 선발진에서 빠져야 한다.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6월 중순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허준혁은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워낙 제구가 좋아 '타점 높은 유희관'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19이닝 동안 단 1점만 허용한 그는 "수비의 도움 때문이다"고 자신을 한껏 낮췄지만, 실제로는 주자를 내보낸 적도 많지 않다.
김태형 감독은 에이스 니퍼트가 돌아오면 이런 허준혁과 5선발 진야곱 중 한 명을 불펜으로 돌려야 한다. 당장의 이름값이나 시즌 초부터 해준 역할만 보면 진야곱이 그대로 선발로 던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그렇다고 1선발 못지 않게 잘 던지는 허준혁을 불펜으로 돌리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이 때문에 김 감독도 "둘이 경쟁을 해야 한다. 이기는 쪽이 선발진에 남지 않겠느냐"며 "니퍼트의 복귀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니퍼트가 합류해야 팀이 강해지는 건 맞다"고 말했다.
시즌 초만 해도 두산은 '행복한 고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기치 못한 부상 선수의 속출로 '대안 찾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캠프에서 마무리 후보 노경은이 턱 부상을 당한 두산은 시범경기 때는 이현승이 손가락 미세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또 니퍼트가 개막전 선발로 예정됐다가 골반 통증을 느꼈으며, 셋업맨 김강률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됐다.
하지만 야수들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버티고 버틴 끝에 마운드가 차츰 안정됐다. 이제는 보배 같은 선수가 등장하며 니퍼트의 공백마저 지우는 놀라운 상황까지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니퍼트뿐 아니라 노경은 이재우 함덕주 조승수 변진수 등 1군 호출만을 기다리고 있는 투수가 즐비해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태형 두산 감독.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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