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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7월 걸그룹 대전 '씨스타 vs AOA' 관전법

입력
2015.07.01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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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내내 쏟아질 걸그룹들의 시작을 연 것은 씨스타와 AOA다. 두 팀은 섹시한 이미지, 밝고 신나는 댄스 음악 등 겹치는 요소들에 방송 활동 시작 시점까지 똑같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가 잡혔다. 심지어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이하 스타쉽)와 AOA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는 얼마 전 스타쉽이 몬스타X를, FNC가Nflying을 데뷔시키며 경쟁하기도 했다. 최근 부상하는 기획사들끼리 제대로 붙은 느낌이랄까.

7월 씨스타(위)와 AOA가 제대로 붙었다.
7월 씨스타(위)와 AOA가 제대로 붙었다.

하지만 씨스타와 AOA는 섹시한 콘셉트의 팀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슷한 팀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크게 보면 두 팀은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지만, 지향점은 전혀 다르다. 굳이 분류하자면 씨스타는 몸을 강조한 ‘피지컬’ 계열이고, AOA는 앨범마다 콘셉트가 명확한 의상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는 ‘코스튬’계열이다. 물론 씨스타의 의상에도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부분이 있고, AOA의 멤버들이 몸매가 나쁘거나 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다.이를테면 ‘So cool’에서 씨스타가 입은 다리를 드러내는 원피스나 ‘Touch my body’등 여러 곡에서 소화한 핫팬츠 등 그들의 옷은 언제나 몸을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반면 AOA가 밴드 대신 댄스 그룹으로 변한 이후 발표한 ‘짧은치마’-‘단발머리’-‘사뿐사뿐’은 제목은 물론 의상이 해당 곡의 캐릭터를 표현한다. 씨스타는 ‘Touch my body’에서 다리와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선보였고, AOA는 ‘짧은 치마’에서 치마 지퍼를 슬쩍 여는 춤을 보여줬다. 몸을 강조하면서 건강한 느낌을 주거나, 코스튬으로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거나.

씨스타의 ‘Shake it’과 AOA의 ‘심쿵해’는 두 팀의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씨스타는 ‘Shake it’에서 뒤로 돌아 다리와 엉덩이 라인을 강조하는 춤을 보여준다. 뮤직비디오에서 핫팬츠를 입은 멤버들은 즐겁게 웃으면서 모두에게 그들처럼 몸을 흔들자고 부추긴다. 건강한 몸을 가진 여자들이 내리쬐는 햇볕 아래서 몸을 흔든다. 그만큼 그들의 ‘흔들어’라는 메시지는 남녀 불문의 힘을 갖고, 그들의 몸 역시 여자에게도 닮고 싶은 건강하고 섹시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Shake it’에서 씨스타의 멤버들이 트레이닝 복을 입거나, 소유가 평소 운동을 통해 몸매를 관리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것을 생각해보라. 그들은 언제나 섹시함을 표현하지만, 그것은 운동을 통해 다져진 씨스타의 탄탄한 몸을 통해 여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만큼 그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흔들자’고 노래할 수 있다. 그 범대중성, 뮤직비디오에 나온 것처럼 경찰까지도 업무를 잊고 놀게 만드는 대중성이야말로 씨스타가 여기까지 온 힘이다.

반면 AOA의 코스튬은 보다 적극적으로 남성들에게 판타지를 안겨준다. 선정적이라는 논란도 있었던 ‘짧은 치마’는 물론 ‘단발 머리’, ‘사뿐 사뿐’ 등에서 입은 그들의 코스튬은 전형적이라고 할 만큼 남자들이 여성의 코스튬에 대해 가진 판타지를 자극한다. ‘단발 머리’는 아예 멤버마다 다른 코스튬을 입었고, ‘사뿐 사뿐’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코스튬을 입은 멤버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보석을 훔치는 도둑이 됐다. 무대와 뮤직비디오 속에서 AOA는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리고, ‘심쿵해’에서 그들은 라크로스 선수들이 돼서 남자들과 시합을 한다. 경기를 하며 다양하게 몸을 움직이고, 라커룸에서 경기복으로 옷을 갈아입는 모습도 나온다. 코스튬을 입고 남자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예쁜 여자들. AOA는 씨스타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섹시함을 어필한다. 그래서 다 같이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심쿵’한 순간을 그린다. 전작인 ‘사뿐사뿐’과 ‘심쿵해’의 어감, 남자 곁에 몰래 들어온 도둑과 함께 경기를 하는 선수라는 뮤직비디오 속 캐릭터의 차이를 생각하면 AOA가 원하는 것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원래 하던 것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두 팀이 같은 시기에 돌아와 차트에서마저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은 흥미롭다. 둘 다 기본적으로 섹시함과 대중적으로 쉽게 들을 수 있는 댄스 음악을 하지만, 씨스타는 정말로 더 대중적인 반응을 노리고, AOA는 남성에게 보다 집중한 방향을 선택했다. 이것은 이미 정상이의 걸그룹이 된 씨스타가 노려야 할 대중성과, 이제 치고 올라가는 AOA가 다져야할 팬층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씨스타는 거의 끝까지 이른 대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때고, AOA는 남성들에게 확실한 반응을 얻는 ‘대세’가 되면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두 팀에 있어 최근 발표한 두 곡은 그 다음을 위해 기존의 것을 밀어붙인 중간 단계처럼 보인다. 그 다음 쯤에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올 소녀시대와 더 오랜만에 돌아올 원더걸스는 그 전환점을 준비했을지 궁금하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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