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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그때 멈췄으면 어땠을까

입력
2015.07.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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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100m 달리기 측정이 싫었다. 그냥 뛰라면 200, 300m라도 신나게 뛰겠는데, 골인 지점에 스톱워치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내 다리가 풀렸다. 스타트 끊는 것, 같이 뛰는 친구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 최종 결과로 등급이 매겨진다는 사실 등 모든 게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뒷다리 대퇴부에 반동력이 강해지는 순간부터 뭔가 아뜩해졌다. 몸이 둔한 편은 아니지만 근력이 원체 약해 초반 스피드로 막 치고 나가다가도 중간 지점쯤 되면 어김없이 힘이 부쳤다. 각축을 벌이던 옆 트랙 친구가 순간 피치를 올려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 대뜸 그 자리에 멈춰버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끝끝내 허위적 골인. 기분이 나빴다.

지는 게 싫었던 건지 결과에 대한 불만족인지 육체의 피곤함 탓인지 잘 분간 안 갔지만, 힘이 풀리기 시작한 중간지점을 자꾸 되돌아 봤다. 저쯤에서 그냥 멈췄으면 어땠을까. 우두커니 서서 하늘이나 쳐다보며 울거나 바보 같이 웃어댔으면 어땠을까. 평시보다 훨씬 멀게 느껴지던 운동장 구석의 100m 양 끝. 완고하게 그어진 두 줄기 직선을 지워버리고 시작도 끝도 매양 그 지점일 거대한 원 같은 걸 다시 그려 넣고 싶었다. 목적이나 결과 따위 무의미하고 측정이나 판단도 불필요한, 그저 제 힘으로 뛰고 제 의지로 멈추는, 한없이 확산하는 원의 중심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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