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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드디어 제 노래 '비빔밥'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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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드디어 제 노래 '비빔밥'이 나왔어요

입력
2015.07.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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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 수상 후 영화ㆍ예능 잇단 출연으로 유명세

"트로트는 피로회복제 같은 느낌… 꺾어 주는 부분, 고향 노래와 닮아"

방대한은 “‘대박’은 안 나도 좋은데 한국서 팬들의 사랑은 받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방대한은 “‘대박’은 안 나도 좋은데 한국서 팬들의 사랑은 받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얼굴은 달라도 색깔은 달라도/ 우리 모두 하나다/ 쓱싹쓱싹 비벼 비벼 비빔밥/ 내 입맛에 꼭 맞는 비빔밥.”

방글라데시 출신 귀화 가수 방대한(41ㆍ본명 칸 모하마드 아사두즈만)이 수화기 너머로 가사를 흥얼거렸다. 지난달 말 발표한 자신의 첫 노래 ‘비빔밥’이다.

방대한은 2009년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외국인 최초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6년 만에 처음 자신의 노래를 갖게 된 거다.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반응이 너무 좋아요. 비빔밥에 들나물, 산나물, 된장찌개, 고추장 비벼 먹으면 특별한 맛이 나듯 이 노래엔 특별한 맛이 숨어 있어요. 얼굴 색깔이 달라도 우리는 하나란 의미잖아요.”

방대한은 그 동안 노래 없는 가수였다. ‘전국노래자랑’ 수상 후 영화 ‘방가? 방가!’와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하며 유명해져 여기저기서 노래를 불렀지만 자신의 노래가 없는 게 늘 아쉬웠다. “‘전국노래자랑’ 이후 많은 곳에 가서 노래를 불렀는데 다들 제가 정식 가수인 줄 알았대요. 박수를 받으면서도 내 노래가 하나 꼭 있으면 했습니다. 그러면 더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방글라데시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방대한은 스물한 살이던 1996년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업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향했다. 산업연수생으로 경기 안산의 한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던 그를 달래준 건 노래였고 그것도 트로트였다. 그는 “트로트를 들으면서 일하면 신나기도 하고 피로회복제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말을 배우기도 전에 그는 방글라데시어로 받아쓴 가사를 흥얼거리며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안산 외국인노래자랑에 나가 대상을 탈 때 부른 노래가 태진아의 ‘외로워 마세요’였다. “가사에 제 심정이 딱 숨어있지 않겠습니까. 트로트는 방글라데시 노래와 비슷해요. 꺾어주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각종 행사장에서 노래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노래가 생길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음반을 내주겠다는 사람은 없었고, 자비로 낼 돈도 없었다. 공장 근무와, 방송ㆍ행사 출연으로 생긴 수입은 생활비로 쓰고 고향에 부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그러던 중 트로트 가수 박상철씨가 선뜻 노래를 주겠다고 나섰다. 박씨는 방씨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 ‘비빔밥’을 작사ㆍ작곡해 선물했고 녹음실까지 마련해 가수 데뷔를 도왔다. 그는 “박상철 형님께 평생 감사의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대한은 세 가지 이유로 한국을 좋아한다. ‘정’ ‘약속’ 그리고 ‘성실’이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와서 이런 점들이 좋다고 느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며 “한국에서 배운 대로 열심히 하면 대가가 있을 거라 믿게 됐다”고 말했다.

방대한은 요즘 충북 음성의 외국인식품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한다. “메르스 여파로 행사 출연 제의가 90% 가까이 줄었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이뤄 행복하고 즐겁다”며 웃었다. “이 노래가 대박 났으면 하고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따뜻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여기서 사랑 받은 만큼 두고두고 보답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주면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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