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물산 사장들 기업설명회… 중간배당 등 대안도 "법적으로 불가"
2020년까지 배당 30% 수준 확대, 거버넌스위원회 구성 등 카드 내놔
“합병 무산을 가정하지 않아서 합병 비율 조정이나 재합병 추진 계획은 없다.”
합병을 추진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장들이 총출동해 투자자들 앞에 섰다.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장들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일모직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이 참석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 사장이 별도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지 검토 중”이라 말했다.
삼성 사장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개입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원안 고수’를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합병 비율이 최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봉영 사장은 논란의 핵심인 합병비율 1대 0.35에 대해 “장기성장 전망에 비춰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답했고, 김신 사장은 “삼성물산의 성장세가 정체를 보여 시간이 갈수록 0.35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합병 비율 조정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사장은 일각에서 거론되는 중간배당 실시나 계열사간에 합병비율을 10% 내외로 조정할 수 있다는 프리미엄 디스카운트 적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대신 제일모직이 내놓은 카드는 주주 권익 향상과 미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주주 친화를 위해 배당을 늘린다. 지난해 21% 수준이던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30%로 늘릴 방침이다. 사장들은 이후 사업성과를 보고 계속 늘려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사회 내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가운데 1명을 주주권익보호담당위원으로 선임키로 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인수, 합병 등 주주 이익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사안을 별도 심사해 따로 보고서를 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 소개한 것으로 삼성그룹에는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사회책임(CRS)위원회도 만들어 다양한 주주이익 보장 방안을 연구한다.
제일모직의 미래가치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영업이익률이40%에 이르는 복제약 생산을 통해 높이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45%와 5% 지분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0% 지분을 갖고 있다. 윤 사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 23%를 지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 질문에 대해 “합병의 기본 목적은 두 회사간 사업연계효과를 살리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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