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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파동' 이면… 與 '보수 가치 경쟁'으로 가느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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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파동' 이면… 與 '보수 가치 경쟁'으로 가느냐 갈림길

입력
2015.07.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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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ㆍ권력 투쟁의 민낯 뒤

노선ㆍ정책 샅바싸움 점화 예고

"총선 밥그릇 싸움 그칠것" 전망도

의회민주주의 재확립도 숙제로

유승민(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이군현 사무총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유승민(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이군현 사무총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유승민 사퇴 파동’을 겪으며 여권 내 노선과 정책 경쟁도 서서히 달아오를 전망이다. 청와대ㆍ친박계의 ‘유승민 찍어내기’ 이면에 보수적 가치의 지향점에 대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직간접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기적 특성도 이 같은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꼴통보수 vs 개혁보수 싸움”… 총선 간판 논란

여권 내홍의 도화선은 “유 원내대표가 자기정치만 한다”는 취지의 박 대통령 발언이었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계산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친박계가 “당청 갈등의 중심에 유 원내대표가 있다”며 사퇴 공세를 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박계 중진인 정두언 의원은 이를 두고 “노선 투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려는 이유를 박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 차원으로 분석한 뒤 “지금 상황은 꼴통보수로 가서 총선에서 지고 집권도 못하느냐, 개혁보수로 가서 총선을 거머쥐고 재집권에도 성공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 원내대표가 그간 표방해온 보수적 가치나 정책 방향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이른바 ‘신보수’를 천명했다. 또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박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부담ㆍ중복지 전략을 제시하며 “성장과 복지의 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유 원내대표가 이 같은 지향을 뚜렷하게 담아 내놓은 정책은 아직 없다. 대신 지난달 초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신보수 정책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힌 것 또한 사실이다. 청와대나 친박계 입장에서 보면 유 원내대표가 집권여당의 원내 정책을 총괄하는 한 박근혜정부의 정책운영 기조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 쌓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보수적 가치 경쟁 없으면 공천권 싸움에 그칠 것”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 같은 노선ㆍ정책 경쟁의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게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ㆍ친박계가 당청 갈등의 진원지로 유 원내대표를 지목해 ‘쫓아내기’ 차원의 사퇴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이번 논란을 통해 여권 내부에서 보수적 가치 경쟁이 점화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밥그릇 싸움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원내대표에게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친박계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건 권력투쟁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여당이 되려면 중도 내지는 개혁 가치에 중점을 둘 지 말 지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도 “유 원내대표가 이번에 주저앉게 되면 당이 청와대에 종속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셈이고, 당내 노선ㆍ정책 경쟁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설령 박근혜정부가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보수 집권 10년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 원내대표와 같은 새로운 색깔을 가져가는 게 총선과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재확립해야 하는 과제도 정치권이 떠안았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종속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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