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 말살정책에 따를 수 없다.”
지난 2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격앙된 표정과말투로 이같이 밝혔다. 앞서 22일 서울시교육청이 경문고, 미림여고, 세화여고, 장훈고 등 4개교를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수(100점 만점 중 60점)에 미달했다며 청문대상에 올리자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24개 자사고 교장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자교연은 “7월 6,7일로 예정된 경문고 등에 대한 청문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지난 5년간 자사고 지위를 누리다가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통보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선후관계가 잘못 돼도 한참은 잘못 됐다. 자사고는 법령 상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도록 돼 있다.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는 이에 근거한다. 평가기준은 교육부가 정한 기준을 대폭 수용했고, 평가 전 교육부의 추인도 받았다. 그 결과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11개 자사고 중 4개교가 기준점수에 미달했던 것이다.
자교연의 이날 기자회견을 보면 ‘잘 하고 있는 우리를 왜 건드리냐’로 요약 된다. 과연 그럴까? 올해 청문대상에 오른 4개교 중 3개교는 지난 3년간 학생 지원률이 마이너스였다. 기준점수 이하의 4개교는 사회통합전형 충원율, 학생재정지원현황, 교원ㆍ학생 만족도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풀이하면 ‘가고 싶지 않은 학교, 다녀보니 기대와 다른 학교’라는 얘기다.
자교연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더구나 청문대상에 오른 4개교는 통과된 학교들과의 차이가 뭔지 통렬하게 살펴보고, 그간 운영 실패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였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의 청문 거부 선언도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입시부정, 회계비리 등으로 청문대상에 올랐던 영훈국제중도 살아 남았다. 과거의 잘못보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자교연은 기자회견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자사고를 선택한 이유를 두고 “자사고 교육의 경쟁력과 학교의 약속을 믿고 지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약속이 ‘아무렇게나 운영해도 자사고 제도는 폐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을 터다.
양진하 사회부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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