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회사 부도위기에 내몰리자
"포스코가 인수해달라" 청탁 정황
MB정부 실세들 동원 가능성 높아
검찰, 조만간 소환 로비여부 조사
포스코가 부실기업이었던 성진지오텍 지분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인수하는 과정에 전정도(56ㆍ구속 기소) 전 성진지오텍 회장의 친형인 전영도(62)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이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울산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용기계 제작업체인 일진기계ㆍ일진에이테크 등을 운영하는 전영도 회장은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직후 동생 전정도 전 회장과 함께 세화글로벌ㆍ유영E&L 등을 설립하기도 했다. 검찰은 조만간 그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010년 3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직전, 전영도 회장이 정준양(67)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고위 인사와 이명박(MB)정부의 핵심실세 등에게 “동생의 회사가 어려우니 포스코가 인수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키코(KIKO) 손실로 부채비율이 1,600%까지 급증, 부도위기에 내몰렸으나 포스코는 오히려 시세의 2배가량인 1,6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40.38%를 사들였다. 경영난에 빠진 동생을 위해 형이 ‘구원 투수’로 나서 ‘물주’를 물색해 준 셈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는 ‘동생이 아니라 형의 작품’이라는 소문이 울산지역 재계인사들 사이에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포스코가 전정도 전 회장 측에 비상식적인 특혜를 제공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이 같은 첩보를 입수했으며, 사실확인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자 진술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전영도 회장을 불러 당시 누구를 만났으며, 해당 인사에게 금품을 건넸는지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전영도 회장이 직접 포스코 쪽에 관련 청탁을 했다기보다는 MB정부 실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포스코의 석연찮은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을 뜯어보면, 거래 당사자뿐 아니라 매각주관사였던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의 이해 못할 행보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인수에 관여한 포스코와 산업은행, 미래에셋, 성진지오텍을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찾는 것이 수사의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전영도 회장은 울산상의 수석부회장을 거쳐 올해 2월 말 제18대 울산상의 회장에 취임했다. 그가 창립해 현재 최대주주인 일진에이테크(지분율 48%)는 각종 기계설비를 포스코에 납품하는 등 포스코 측과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다. 또 2010년 8월 동생과 함께 설립해 주요주주(지분율 31.82%)로 있는 유영E&L의 경우, 전정도 전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사업자금 662억원을 횡령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본보는 전영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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