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골절·성추행도 "합의" 종용
기숙사서 민망한 '왕놀이' 발생
학교는 파문축소에만 급급 빈축
교육청 "감사 후 엄정 처리" 공언
경북 엘리트체육의 산실인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중고에서 잇단 학교폭력과 성추행사건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이 근본적 대책마련을 외면한 채 감추기에 급급해 학부모 등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경북체고 1학년 A(16)군과 B(16)군이 다툼 끝에 한 학생의 코뼈가 골절됐다. 학년은 같지만 전공이 다른 이들 학생은 사소한 다툼 끝에 ‘피’를 보았다. 사건이 터지자 해당 감독과 코치는 피해학생과 학부모에게 “향후 선수생활과 대학진학을 생각해 합의하는 게 좋겠다”며 ‘원만한’ 합의를 종용했다. 피해 학부모 측은 “애가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그냥 원만한 처리를 주문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일반계 고교로 전학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측의 전학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피해학부모 측은 “그 동안 운동만 해 온 아이에게 지금 일반계고교로 가라고 하면 장래는 어떡하란 말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기숙사에 생활 중인 중고 남학생 10여명이 왕으로 뽑힌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엇이든지 명령할 수 있는 ‘왕놀이’ 과정에 도가 지나쳐 성추행사건으로 비화했지만 유야무야 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왕으로 뽑힌 일부 학생들은 특정 학생에게 수위 높은 성인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감독 코치들은 별다른 재발방치 조치 없이 없었던 일로 묻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 학교에서는 코치들의 학생 구타나 ‘카드깡’ 등을 통한 공금횡령 등도 벌어졌지만 은폐하기 급급했다”며 “무슨 일이 생겨도 볼모로 잡힌 아이 때문에 학교측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체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30명이나 된다. 전교생 240여명의 10%가 넘는다. 6월 현재 전교생 128명인 중학교에서도 올 들어 넉 달 간 9명이나 전학했다. 운동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발적으로 전학한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학교폭력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교육청은 뒤늦게 칼을 빼 들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진상파악에 나선 도교육청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지난달 29일부터 전면적인 감사로 전환,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학교폭력, 성폭력, 지도자에 의한 구타, 공금횡령 등 분야별로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 문제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징계하고 필요하면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김강석기자 kimks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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