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부터 배우 이시영이 포털사이트 주요 검색어였다. 당사자라면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끔찍한 유명세였다. 증권가 사설정보지(찌라시)가 불쾌한 소동의 근원이었다. 이시영의 사적인 동영상이 발견돼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는 요지의 찌라시였다. 이시영과 소속사의 갈등에서 비롯된 동영상 유출 사건이 벌어졌다는 설명이 들어있었고, 한 유력 매체 법조팀이 취재에 들어갔다는 그럴싸한 내용도 담고 있다. 찌라시는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며 이런 내용이 마치 사실인양 포장하고 있으나 근거는 전혀 없다.
아니나다를까. 이시영의 소속사인 제이와이드컴퍼니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적시된 내용은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단언했다. “최초 유포자는 물론, 이후 이시영씨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 및 루머를 확산하는 모든 주체를 형사 고발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밝혔다.
연예기획사와 여자 연예인의 동영상은 꽤 오래 전부터 연관 검색어 같은 관계였다.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이탈을 막고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기 위해 ‘동영상’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애써 키운 연예인이 돈만 바라보고 떠날 때 “나도 보험용으로 동영상 하나 확보해 놓을 걸”이라고 후회하는 매니저가 적지 않다는 말이 10여 년 전 연예계를 떠돌기도 했다.
연예인이 변심을 했든, 배신을 했든, 동영상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인권이다. 동영상으로 협박을 하는 기획사가 있다면 위험천만이지만 불순한 호기심으로 동영상의 존재 여부에 더 관심을 갖는 대중 역시 이 소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시나 네티즌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관련 기사의 댓글에 찌라시의 부적절한 묘사와 유포, 대중들의 비뚤어진 관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있다면 찍은 놈이 무조건 잘못이고 없으면 찌라시 유포자 엄벌하라”식의 말들과 이시영에 대한 격려 글들이 많았다. 최근 몇 년 헛소문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몇몇 여자 연예인을 위해서라도 엄정하고도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기획사, 동영상으로 이어지는 낭설의 희생자는 이시영이 마지막이어야 하지 않을까.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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