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두 차례나 이사했다(흔히 맹모삼천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서당 근처로 이사했으니 두 번 이사한 것이다. 장소만 세 군데일 뿐). 요즘으로 치자면 교육환경론자인 셈이다. 교육의 환경은 중요하다. 흔히 교육의 환경이라고 하면 학군이나 면학분위기 등을 따진다. 요즘 맹모는 그런 곳으로 이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환경은 바로 교사다. 훌륭한 교사는 그를 만나서 배우지 않았다면 자칫 망가지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살지도 모를 학생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인생의 스승이며 은인이 될 수 있다. 어떤 존재가 다른 누군가의 삶에 그만큼 소중한 인연을 줄 수 있을까. 반면에 교사는 학생의 인생을 망가뜨리지는 못해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교사는 소명과 철학이 없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얼마 전 고위 교육관계자와 만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안정적인 직업으로서의 교사에 대한 선호가 높아 요즘 교육대학교 진학자들의 상당수가 강남 출신이란다. 거기까진 그럴 수 있는 일이고, 딱히 마뜩한 건 아니지만 그걸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강남 출신 교사를 강북에 발령내면 부모가 전화해서 항의한단다. 왜 자기 딸을 강남이 아닌 강북에 보내느냐고. 아마 그이들은 교사 발령이 무슨 학군 내 학교 배정인 줄 알아서 그런 건지, 자신들처럼 능력 있는 이의 자녀를 마음에 들지 않는 강북에 보내는 것이 못마땅해서 항의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연한 일이다.
헬리콥터 맘(Mom)이야 제 집 일이니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자녀의 취업에 부모가 관여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도대체 어떤 교사관, 교육관을 갖고 있기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태연히 자행하는 것일까. 더 웃기는 건 남편들까지 가세한단다. 법조계에 있는 남편들이 특히 더 그런단다. 자신들은 특권층 대우를 따로 해야 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방 교육청에 내려가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훌륭한 교사가 더 많고 학생들에게 헌신적이며 창의적인 교육기회를 연구하는 교사들을 많이 만났기에 그런 ‘선생 같지 않은 선생’이 있어도 두렵지 않다. 그래도 찜찜하다.
대구에서 있었던 한 교육포럼에 패널로 나왔던 현직교사의 고백도 충격적이었다. 젊은 교사들의 중고등학교 성적이 너무 좋단다. 그게 왜 문제가 되지? 처음에는 그런 반문이 일었다. 그런데 이어진 그 교사의 말을 들으니 띵한 느낌이었다. 교사들 중에는 중고등학교 내신이 최소한 2등급 정도 이상 하는 모범생들 출신이 대다수란다. 이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눈길이 가는 학생들은 자신들 같은 성적우수 모범생들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교육이 계급세습의 방식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는데 교사가 그 일역을 담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탄식이었다. 그는 모범생을 사랑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런 학생들만 챙기며 그 조건이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토론이 거의 끝날 때쯤 그 패널 교사의 개인적 소회를 듣는 시간이었으니 사적 견해일 것이다. 그러나 참가한 다수의 교사들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교육은 한 인간의 능력을 키우고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주며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연대를 실천하게 하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분야다. 교육이 망가지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교사가 선망의 직업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지 안정적 직업이어서 혹은 좋은 배우자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어서, 그리고 성적이 좋아서 얻는 직업이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하면 그건 최악의 교육환경일 것이다. 그게 두렵다.
김경집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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