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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키지 못한 죄책감 컸지만 이젠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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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지키지 못한 죄책감 컸지만 이젠 웃어요”

입력
2015.06.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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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험 수기 최우수상 김시은씨

"처음엔 고려장 같아 고민 컸는데 집에 갇혀 살 때보다 말수도 늘어"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시은(왼쪽) 김오근(오른쪽)씨가 30일 수상 직후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시은(왼쪽) 김오근(오른쪽)씨가 30일 수상 직후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유일한 가족이던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죄책감에 일주일간 잠도 못 자고 울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집에서 하지 못한 여러 활동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계신 모습에 웃음을 되찾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장기요양제도를 이용했으면 합니다.”

30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제7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기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김시은(38)씨는 지난해 4월 경기 용인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할머니를 모시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가족을 요양시설에 맡기는 결정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부모를 대신해 열 한살 때부터 자신을 맡아 키워준 할머니였기에 김씨는 뿌리를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맛봐야 했다.

6년 전부터 서서히 치매가 진행된 김씨의 할머니는 하루에도 수차례 밥상을 차리라고 성화를 부리거나 맨발로 집을 나가 행인과 실랑이를 하기 일쑤였다. 수돗물을 틀어놓아 집을 물바다를 만들거나 라이터로 커튼에 불을 붙여 기겁한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예순 넘은 할머니의 굽은 등에서 온기를 느끼며 자란 그에게 할머니는 ‘단 하나의 가족이자 세상의 전부’였기에 매일 울며 지내면서도 끝까지 그 손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치매 노인과 갓난아기를 한 집에서 돌보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결국 할머니로 인해 아이가 봉합수술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손을 크게 다치면서 남편과 불화도 커졌다. 할머니를 친척집에 모시려다 문전박대 당하고 시름하던 차에 김씨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소개받았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신청했는데 다행히 할머니는 2급 판정을 받아 시설입소 자격이 주어졌다. 김씨는 “고생한 할머니를 호강시켜 주겠다는 수만 번의 다짐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고, 고려장처럼 할머니를 시설에 떠넘기는 것 같아 마지막까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시설에 입소한 할머니가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으며 안정을 찾는 모습에 안도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할머니를 찾아가는 그는 “손녀딸을 더러 기억하기도 하고, 가끔은 누구냐고 묻기도 하지만 집에 갇혀있다시피 지낼 때보다 웃음도 말수도 늘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88세인 할머니가 거동이 자유롭진 않지만 텃밭도 가꾸고, 노래도 부르고 종이접기 등 취미생활을 하며 즐겁게 지내셔서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김오근(37ㆍ수원보훈요양원 사회복지사)씨에게 사진 부문 최우수상을 시상하는 등 총 27개 수기ㆍ사진 입상작품을 발표하고, 86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당선작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에서 볼 수 있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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