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회의 주재, 내일 당정협의…여론조사서 '사퇴부당' 확인
국회법 처리 뒤 당청관계 복원 위해 '명예퇴장' 결단 가능성
'非朴' 지지 업고 외연 넓히며 잠룡 반열…'朴心' 상실은 부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9시 평소처럼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다음 달 1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여파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해 당정협의에도 참석한다.
전날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제2연평해전 13주기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자신의 거취문제를 논의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을 협의했다.
◇'내홍'에도 정상적인 원내대표 행보 = 여당의 원내사령탑이자 유력 정치인으로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의연한 행보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대립하며 세력대결 양상을 보일 태세인 상황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는 평소 활동 모습 그대로다.
아침 출근길부터 회의 직후까지 취재진들은 변화된 상황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하지만 그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어느 때보다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지난 26일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음에도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면에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청와대가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물러설 수는 없다. 이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사퇴해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고 일단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정치인생의 최대 고비는 계속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로선 백척간두에 선 형국인 만큼 되도록 입을 굳게 다물고 평소처럼 행동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선택폭은 제한적…거취 결단은 시간문제? = 그러나 유 원내대표를 둘러싼 환경은 하루하루 헤쳐나가는 게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유 원내대표를 제외한 7명의 최고위원은 비록 온도 차는 있지만 결국엔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도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 원내대표가 장고(長考) 끝에 내놓을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해석이 여전히 우세하다.
'대통령이냐, 여당 원내대표냐 양자 택일하라'는 국면에 이르게 되면 결국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유 원내대표가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은 건 시기와 방식뿐"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기정사실화하는 의원도 없지 않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이날 "본인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단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줘야 한다"고 언급, 유 원내대표가 결국 '명예로운 퇴장'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이에 따라 다음 달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 재의 문제을 마무리지은 뒤 유 원내대표가 결단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참석하되,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유 원내대표 자신의 손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던 법안이 거부·폐기될 경우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물러날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의 정치적 득실은 = 유 원내대표측은 여론조사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부당하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며 위안을 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 여론(45.8%)이 찬성(31.5%) 여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사퇴의 부당성을 확인한 만큼 유 원내대표는 이를 토대로 당청관계 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 여부와 별개로 정치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거부권 정국'의 수혜자라는 역설적인 표현도 이런 맥락에서 거론된다.
당내 다수인 비박계 의원들이 그의 '소신정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나선 가운데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응원마저 받고 있다.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대권 잠룡'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전날 리얼리터의 여당내 대권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4위에 랭크하며 전주보다 두 계단이나 도약했다.
다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과 극심한 갈등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은 그의 정치 행보에서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그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정서나 보수층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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