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 아메리카 대회를 TV로 지켜보고 있으니 짜릿함보다는 실망의 마음이 조금 더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플레이 내용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만족할 수 없었다. 게다가 중립팬들이 원하던 대결은 브라질이 파라과이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 불가능함이 축구의 아름다움이기에 어쩔 수 없다.
코파 아메리카는 규모 면에서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어왔다. 남미 축구연맹 소속 단 10개국이 참가하는 소규모 대회인데 2팀의 초청팀이 참여하는 구조다. 이번에는 멕시코와 자메이카가 외부에서 참여했다.
한편 2016 대회는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미국에서 열릴 계획이라고 한다. 북중미 연맹에서 6팀이 가세, 총 16팀이 경쟁함으로써 규모를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꽤 흥미로운 토너먼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12팀과 16팀은 단 4팀 차이지만 제대로 된 축구 대회를 치르려면 16팀은 있어야 한다. 이후에 다시 남미에서 열릴 대회도 계속 16개국 규모로 간다는 소문이 있다.
2011, 2015 대회에는 일본과 중국이 초청됐었다. 하지만 2011년에는 지진으로 인한 사회적 여파로 일본 대표팀이 플레이할 수 없었고, 4년 뒤 중국도 결국엔 남미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한국은 2019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봐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일본은 일본축구협회가 브라질축구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까닭에 초대가 가능했던 배경이 있었다. 양국은 축구 전반적으로 많은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코파에 가려면 지금부터 로비를 시작해야 한다. 2019년 대회에는 아시아 팀을 최소한 1개 팀이라도 꼭 포함하자는 이야기가 있는데, 16팀 시스템으로 전환되면 아시아에서 2팀이 가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한국이 이 대회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어차피 아시아에서 코파에 초대될 가능성이 있는 팀은 4~5개에 불과하지 않은가.
한국 기업들과 남미 국가들 사이에는 비즈니스 연계들이 존재한다. 한국 기업과 남미 스포츠도 비교적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어떤 커넥션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다 이용해봐야 한다. 될 것 같은 것만 시도하기보다는 조금 어려움이 있는 일도 가능성을 갖고 노력해보는 것이 진정한 도전이자 개발이다. K팝 시장도 축구에 활용할 수 있다면 적용하는 게 옳다.
2019 코파 대회의 타이밍이 조금 불행이기는 하지만 코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어느 정도의 일정 조절과 희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18 월드컵에 나간 뒤 2019년 1월에 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활약하고, 여름에 코파에 까지 가면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1. 젊은 유망주들을 활용하자
한국의 입장에서 코파는 3번째로 중요한 메이저 토너먼트가 될 것이다. 월드컵은 월드컵이니 말할 필요가 없고 아시안컵은 언제나 우승가능성을 갖고 임하는 대회다. 그렇기에 코파 대회는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험 측면에서는 환상적인 기회가 분명하다. 12달 동안 대회 3개를 뛰어야 하는 주전급 선수들 (특히 유럽파)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대처 방안도 있다. 젊고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을 남미로 보내 경기를 치르게 하면 이보다 더 훌륭한 투자도 없을 것이다.
유망주들이 문화도 축구도 완전히 다른 남미 대륙에서 세계적 기량을 가진 팀들과 경기하는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이 되리라 확신한다.
2. 심리적 부담 없는 독특한 기회
코파 대회 참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매우 독특한 기회다. 높은 수준의 대회에서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지만 꼭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할 이유도 없고 부담감도 없다.
물론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축구 팬과 국민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지만, 사실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월드컵과 아시안컵과는 전혀 다른 목표를 갖고 대회에 임할 수 있다는 부분이 큰 장점이다.
그저 플레이에만 집중하면 되는 독특한 상황이 될 것이다. 반면 상대 팀과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절박하게 경기할 것이기에 흥미로운 분위기 속에서 게임을 치를 수 있다. 배움과 기량 향상의 측면에서 이보다 좋은 무대는 없다. 너무 낙관론적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대회가 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3. 2020년을 위한 준비
이러한 활동은 도쿄 올림픽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2019년의 수준 높은 실전 토너먼트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훈련이 될 것이다. 올림픽 선수들만 내보내면 주최 측이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으니 2~3명의 스타플레이어를 포함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은퇴 후 지도자를 꿈꾸는 베테랑 1~2명을 보내 팀을 이끄는 경험을 하게 하는 일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4. 일관성 있는 대표팀 운영의 장려
2014 월드컵, 2015 아시안컵, 2016 올림픽, 2018 월드컵, 2019 아시안컵, 2019 코파 아메리카, 2020 올림픽, 2021 컨페드컵, 2022 월드컵
이는 ‘꿈의 시퀀스’라고 불릴만한 축구 행진의 연속이다. 대한축구협회가 각급 대표팀의 코칭과 철학을 조화롭게 통일시켜 운영할 수 있다면 이 많은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확고한 정체성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국들처럼 한국만의 축구 철학을 뿌리내리는 게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19 코파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유망주들이 2022 월드컵 대표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할 것 같다.
각 대표팀이 비슷한 시스템과 플레이로 연계되어 사로 지원하는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일을 기획해도 제대로 된 실전에서 가동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인데,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멋진 대회가 저렇게 많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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