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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도긴개긴

입력
2015.06.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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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의 짜증과 국민연금의 공통점은? ‘개그콘서트’ 에 따르면 왜 내는지 모르겠다는 점에서 ‘도찐개찐’ ‘오십보백보’란다. 인기 개그 프로그램 덕에 ‘도찐개찐’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행어가 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말의 원말인 ‘도긴개긴’이 새 표제어로 수록되게 되었다.

‘도긴개긴’은 윷놀이에서 상대편의 말을 ‘도’로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잡을 수 있는 거리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데서 유래한다. 조그마한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엇비슷한 일을 빗대어 이를 때 쓴다. 여기서 ‘긴’은 윷놀이에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앞 말을 잡게 됐을 때 ‘긴이 닿았다’라고도 하고, ‘걸 긴’이니 ‘윷 긴’이니 하는 말로 앞선 말과의 거리를 표현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윷놀이를 즐겨 하지 않게 되면서 이런 말들이 점점 잊혀져 가고 ‘도긴개긴’만 남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백수오나 이엽우피소나 도긴개긴’ ‘생수 가격이나 석유 가격이나 도긴개긴이다’처럼 쓰인다.

‘도찐개찐’은 ‘도긴개긴’의 방언형으로 보인다. ‘긴’이 ‘진’이 되는 것은 ‘길’을 ‘질’로 발음하거나 ‘기름’을 ‘지름’으로 발음하는 등 우리말 방언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을 입말로만 접한 사람이 ‘도찐개찐’으로 방송에서 쓰게 되면서 갑자기 온 국민들에게 익숙해지게 된 것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이 말을 예전에는 ‘도 긴 개 긴’이라는 각각의 명사들의 결합으로 보아 따로 표제어로 수록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최근 이 말이 널리 쓰임에 따라 하나의 명사로 굳어졌다고 판단하여 표제어로 수록하고 붙여 쓰도록 한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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