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회 검사서 모두 음성 판정
일반 병실 옮겨 격리 해제키로
합병증 남아 퇴원까진 오래 걸릴 듯
의료진 "사태책임 개인에게 몰면 안 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인 1번(68ㆍ남) 환자가 완치 단계로 평가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의료진은 다섯 차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그를 격리 해제하고 1인실로 옮겨 재활 치료를 할 예정이다. 조만간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 돼, 메르스 사태 종식을 낙관하는 신호가 되고 있다.
1번 환자는 우리나라 메르스 확산의 원인과 과정을 보여주는 ‘인덱스 환자’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그가 ‘메르스 1호’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고, 그 자신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1번 환자의 주치의인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센터장은 29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번 환자는 최근 메르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 격리 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합병증 치료를 계속하고 있어 완치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1번 환자는 지난 달 20일 메르스 발병 후 41일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최장기 환자다. 자가호흡이 불가능해 지난 달 23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한 달 넘게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조준성 센터장은 “의식이 있으면 치료가 어려워 수면 상태에서 치료해 왔다”고 말했다. 그 사이 전국이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겪었지만 그는 이를 모른 채 몸 속 메르스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여온 셈이다.
그의 치료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메르스로 인한 폐렴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자, 합병증으로 세균성 폐렴이 발병했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 메르스상황실장은 “의료진들이 1번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일 기관지 내시경으로 객담을 빼냈다”고 했다. 바이러스가 포함된 객담이 공기 형태로 분출(에어로졸화)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 시술이었다.
1번 환자는 현재 거동은 어렵지만 손발은 움직이고 있다. 장기 입원으로 근력이 약하고 욕창도 심하다. 조준성 센터장은 “호흡기 염증도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다”며 “앉아서 미음을 겨우 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료진과 필담을 나누고 있는데, 자신이 국내 메르스 1번 환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조준성 센터장은 “인공호흡기를 달기 전에도 자신이 1번 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할 정도로 정신이 또렷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달 만에 의식이 돌아온 그의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의료진은 지금도 이를 함구하고 있다.
1번 환자는 메르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도시인 담맘을 방문해 메르스에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5월 4일 귀국 후 일주일이 지난 11일부터 고열 등 메르스 증세를 느꼈다. 이후 병원 4곳을 전전해 ‘슈퍼 전파자’가 됐고, 평택 성모병원에서는 30명이 넘는 환자를 감염시켰다. 하지만 진찰을 받는 과정에서 외국 방문 이력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권용진 실장은 “1번 환자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대화를 해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될 정도로 혼미한 상태였다”며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1번 환자의 부인으로 지난 6일 완치돼 퇴원한 2번 환자(63)는 이번 사태로 심한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자신의 남편으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심리적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며 “지속적으로 심리적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들은 “세계화 시대에서 누구나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에 걸려 국내에 돌아올 수 있다”며 “이번 사태는 국가 방역시스템의 붕괴지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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